감동도 없고, 이변도 없었다. 오는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국민의힘 후보로 김태우 전 구청장이 선출됐다. 김태우 전 구청장은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김용성 전 서울시의원과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당원 여론조사 50%와 일반 여론조사 50%씩을 반영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후보로 선출되었고, 18일 당 후보 확정까지 최고위원회 의결만 남겨 놓고 있다.

하지만, 감동도 없고, 이변도 없었던 김태우 전 구청장의 공천이 국민의힘에 得(득)이 될지 아니면 毒(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로는 得(득)보다는 오히려 毒(독)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은 당초 당규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제39조(재·보궐선거 특례) 제3항에 따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하여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무공천할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김태우 전 구청장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지 채 3개월도 되기 전에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공천 기류로 바뀌었고, 여기서부터 국민의힘의 敗着(패착)이 시작되었다.

국민의힘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이 국민들에게 달갑지 않은 이유는 지난 2021년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로 인하여 발생한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당헌 제96조 제2항에 따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후보 공천을 강행했던 상황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꼼수 공천은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라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더불어민주당의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선거 참패는 11개월 후에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정권을 내주는 결과로 귀결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힘의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도 어쩌면 그렇게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과 大同小異(대동소이)한지 모르겠다.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공당이 보궐선거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책임이 있으며,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무공천 사유에 해당이 안 돼서 후보를 내게 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이며, 그런 규정을 도입한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는 변명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백번 양보하여 김태우 전 구청장이 문재인 정권의 불법행위를 폭로한 공익제보자라고 치더라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되어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김태우 전 구청장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이 되었더라도 당에 리스크를 주면서까지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강서구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차라리 김태우 전 구청장이 자중하면서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하여 문재인 정권의 불법행위를 폭로한 사실로 고초를 겪은 피해자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했다면, 더 큰 정치인으로 우뚝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우 전 구청장은 자신이 공익제보자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후보 등록을 강행했다. 특히, 김태우 전 구청장이 아무리 공익제보자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더라도 강서구민들에게는 혈세 39억원의 보궐선거를 유발한 귀책사유자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더구나 김태우 전 구청장의 대법원 징역형 확정이 김명수 대법원의 편향된 재판 결과로 인한 것이라는 국민의힘 주장 역시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3권 분립이라는 대원칙을 스스로 뒤집는 발언이라는 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던 맹형규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던지며 背水陣(배수진)을 치는 각오로 경선에 임했지만, 오세훈 후보에게 패하며, 후보가 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맹형규 의원의 사퇴로 발생한 7.26 송파갑 보궐선거 후보에 정인봉 전 의원을 공천했으나, 정인봉 전 의원의 기자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천을 취소하고, 공천 마감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맹형규 의원에게 통사정 끝에 공천했던 일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맹형규 의원은 보궐선거 유발 책임을 이유로 국고지원 선거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는 결기를 보인 바 있으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신촌 피습사건으로 인한 5.31 지방선거 완승과 노무현 정부 말기의 실정에 힘입어 당선의 영광을 안기는 했다. 그렇지만, 맹형규 의원 사태 이후 국회는 소위 ‘맹형규법(재보궐 사유를 제공한 당사자가 해당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막는 법)’을 통과시키기에 이른다. 이제 국민의힘이 김태우 전 구청장을 공천함으로써 이른바 ‘김태우법’도 국회를 통과할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우여곡절 끝에 김태우 전 구청장이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강세지역인 강서에서 김태우 전 구청장의 당선을 자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선 김태우 전 구청장이 경선 상대들을 다독여 원팀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김태우 전 구청장이 강서구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김명수 사법부의 편향된 재판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출마의 정당성을 어필할 것이 아니라 맹형규 의원처럼 보궐선거 유발 책임을 이유로 국고지원 선거보조금을 받지 않는 책임 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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