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설경구·송윤아·차승원이 출연하여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광복절 특사’가 있었다. 영화 ‘광복절 특사’는 특사로 석방되기 위해 열심히 교도소 생활을 하여 모범수 자격을 얻은 주인공 재필이 변심한 애인 경순의 소식을 들은 후 탈옥을 결행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로 광복절마다 공중파나 영화 채널 등을 통해 자주 안방극장을 찾곤 했다.

영화 ‘광복절 특사’가 안방극장을 자주 찾곤 하듯이 교도소에 있든 밖에 있든 법적으로 자유의 몸을 갈구하는 인사들이 매년 광복절 특사를 손꼽아 기다리곤 한다. 올해 제7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서도 어김없이 광복절 특사가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개최됐는데, 대전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특별사면은 이번에도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정치권이 說往說來(설왕설래)하고 있다. 아직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14일 오전 국무회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심사해 마련한 원안을 최대한 존중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윤석열 대통령 역시 사면심사위원회의 원안을 존중할 것이라는 데에는 異見(이견)이 없는 것 같다.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에 해당하는 이번 특별사면에서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등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되어 감찰반원으로 근무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비리 의혹을 폭로하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되어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받아 직위를 상실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에서는 특별사면에 목말라하던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특별사면 제외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지 채 3개월도 되기 전에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과 비교하면, 지난 2017년 11월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10년 동안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분명히 형평성에 어긋나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헌법 제79조 제1항과 사면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특별사면보다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특별사면이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의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특별사면은 반대진영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며, 결코 박수 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벌써부터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특별사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부인하는 행위는 삼권분립인 우리나라 체제에서 반헌법적인 행동이라”며 불을 지피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괜한 논란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싶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고,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대전지역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 15개 구청장들은 지난 7월 “공익신고의 내용이 권력형 비리로 인정되어 유죄를 받았다면, 그 비리를 신고한 공익신고자는 무죄다.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고 주장하면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 건의서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전달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과연 대전 정치권은 5년 8개월이 넘도록 매번 특별사면에서 하마평에만 오르내린 권선택 전 대전시장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어떤 노력을 했으며, 어떤 힘을 실어주었는지 묻고 싶다.

김태우는 되고, 권선택은 안 되는 이번 광복절 특사는 결국 대전 정치력의 민낯만 고스란히 확인한 것 같아 대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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