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지속된 극한 호우로 인하여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에 피해를 입히더니 지금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폭염 때문에 힘들다는 목소리로 아우성이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대낮 칼부림 사건을 비롯하여 대전 지역 고교에서의 교사 피습과 온라인상에서의 살인 예고 등 이제는 길거리를 걷기도 겁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짜증 지수만 상승하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전북 새만금 일원에서 펼쳐지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폭염을 비롯한 열악한 시설과 준비 부족 등으로 국제적 망신을 받으면서 여야의 ‘넷 탓’ 공방에 국민들의 스트레스 게이지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의 발생이었든 주최 측의 준비 부족이었든 일단은 사태를 수습하고 이번 잼버리대회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해도 늦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잼버리대회와 관련하여 대통령실에서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나,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을 겨냥해 ‘후안무치’라고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이나, 부끄러움은 전부 국민 몫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12일간의 대회 기간 가운데 절반이 지난 이번 잼버리대회에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의 철수를 시작으로 미국도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철수를 결정했으며, 독일과 벨기에 등도 철수 논의를 진행한다고 하니 젬버리대회 특수를 노렸던 전북 도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과 잼버리대회 참가자에 대한 지역관광프로그램 지원으로 일단을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특히, 대회 초반의 우려를 극복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이어진 민간 지원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항상 있었던 것처럼 위기 속에 출발한 이번 잼버리대회의 유종의 미는 결국 민초들이 앞장서 반전시키는 형국이다.

국가적인 大事(대사)에는 여야가 없다. 당장 이번 잼버리대회가 세계인들에게 빈축을 사게 된다면, 오는 11월 개최지 발표를 앞둔 2023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도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대회 초반의 운영 미숙을 잠재울 수 있도록 여야는 ‘네 탓’ 공방으로 정쟁에만 열을 올린 것이 아니라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이번 잼버리대회가 성공리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만 한다.

정치인들의 이번 잼버리대회 ‘네 탓’ 공방을 보면서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전후의 당파 싸움이 떠올랐다. 우리는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통신사로 일본에 건너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난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이 귀국 후 선조에게 서인과 동인이라는 당파적 입장에서 정반대의 보고를 올리면서 전쟁의 참화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어버렸던 역사적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시 동인과 서인으로 나뉜 조정 대신들은 선조 임금이 의주로 蒙塵(몽진)을 떠나는 와중에서도 ‘내가 잘했네. 당신 말은 맞아?’라며 당파 싸움에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실패했던 전철을 지금의 정치권이 고스란히 밟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여야 정치인들의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이번 잼버리대회를 극적으로 성공시켜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위기대응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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