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KBS1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일일드라마 ‘우당탕탕 패밀리’에서 코디미언 출신 임하룡 배우는 바람기 많은 할아버지 배역으로 열연 중이다. 극중 임하룡 배우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말문이 막히게 되면, “너 몇 살이야?”라는 대사로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곤 한다. 코미디언 출신 임하룡 배우가 드라마 상에서 특유의 애드립을 선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임하룡 배우의 “너 몇 살이야?”라는 대사는 비단 드라만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非一非再(비일비재)하게 쓰이는 말이다. 아마도 임하룡 배우의 “너 몇 살이야?”라는 대사는 長幼有序(장유유서)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신세대 일명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층에게 자신의 말문이 막힐 때 임하룡 배우의 대사처럼 “너 몇 살이야?”라는 말을 하게 되면, 시쳇말로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지난 9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향해 “여러분!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한동훈을 반드시 탄핵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까?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습니까?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이 300명 지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님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습니까? 내가 이 물병이 있으면 물병을 머리에다 던져버리고 싶은데 말이죠”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으면, 임하룡 배우의 “너 몇 살이야?”라는 대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1973년생인 한동훈 장관보다 10살 많은 1963년생인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을 듣다 보면 곧장 ‘꼰대’라는 단어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더구나 5선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인천광역시장과 집권여당 당대표를 역임한 송영길 전 대표가 한동훈 장관을 향해 ‘어린놈’ 운운하는 것은 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선 것 같다. 한동훈 장관이 탄핵을 당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송영길 전 대표는 그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면 될 일이지 ‘어린놈’이라든지 ‘건방진 놈’이라는 거친 언사를 동원하여 좌중을 설득하려고 드는 것은 5선 국회의원·인천광역시장·집권여당 당대표를 역임한 인사의 발언치고는 결코 박수 받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한술 더 떠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2021년도 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 당시 자신으로 인해 빚어진 ‘돈 봉투 살포 파문’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저 때문에 지금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고 그러니까 사실 너무 괴롭고 힘들고 그분들에게 죄송하기 이를데 없고..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100여 명이나 되는 사람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14명의 검사들이 계장들을 동원해가지고 6개월 동안 이 XX을 하고 있는지 정말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미친놈들 아닙니까, 이거?”라고 적반하장격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럼 모범이 되어야 될 집권여당 전당대회에 수천만원이 오고 간 금권선거의 정황이 포착됐는데, 이것이 중대한 범죄가 아니란 말인가? 지금까지 여러 언론에 공개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를 비롯하여 윤관석 의원의 자백과 자신의 전직 보좌관까지 재판에서 자백까지 한 마당에 송영길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지금까지 녹취록 ‘송영길이 시켰다’는 말 안 나오지 않습니까? 내가 돈 4,000만원에 직무에 양심을 팔 사람입니까?”라고 호도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지난 2021년도 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사람들이 돈 봉투를 주고받은 것을 인정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본인만 “몰랐다”고 주장하면 그것이 사실로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칼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듯이 송영길 전 대표의 ‘어린놈’ 발언과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출신 유정주 의원의 “그래, 그닥 어린넘도 아닌,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는, 한때는 살짝 신기했고 그다음엔 구토났고 이젠 그거 한(동훈) 스러워”라는 페이스북 글 그리고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금도를 지키지 못하면 금수다. 한동훈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금수의 입으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물 것이라”는 페이스북 글 등은 국민들에게 한동훈 장관을 더 큰 인물로 만드는 윤활유 역할만 톡톡히 하게 될 것이라는 기시감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지 몰라도 송영길 전 대표로부터 ‘어린놈’부터 ‘건방진 놈’이라는 비판을 받은 한동훈 장관은 지난 17일 범죄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현장 목소리 청취를 위해 찾은 대구스마일센터에서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환대를 받았고, 동대구역에서는 예매한 열차표까지 취소하면서 시민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하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송영길 전 대표의 ‘어린놈’ 발언이 결국 한동훈 장관을 어디까지 올려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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