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에 나선 가운데, 지난 14일 이철규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전원의 사퇴를 시작으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며, 지난 15일 개최된 의원총회에서는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百家爭鳴(백가쟁명) 식의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으나, 김기현 대표를 재신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쇄신 방안은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역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지만, 지난 12일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세 번째 불구속 기소되면서 지속되고 있는 ‘사법리스크’ 속에 우왕좌왕하고 있으며, 이재명 대표의 당무 복귀와 맞물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친명계 vs 비명계의 대립이 언제 표출될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집권여당이든 제1야당이든 시끄럽고 복잡한 중앙정치로 인해 이래저래 국민들만 복장이 터지는 상황이다.

중앙정치의 시끄럽고 복잡한 상황과 마찬가지로 대전 서구을에서 3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법무부장관 시절 미국 출장비 축소 논란 의혹이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로 알려지면서 지역에서도 국민의힘 대전시당의 사퇴 촉구 논평 발표와 내년 22대 총선에서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양홍규 국민의힘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등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 시끄러울 전망이다.

박범계 의원의 미국 출장비 축소 의혹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같은 당 김의겸 의원이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지난해 7월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 방문과 관련하여 출장비 세부내역 공개 요구 과정에서 불거지게 됐다. 당시 김의겸 의원은 한동훈 장관의 출장비 세부내역 공개 거부와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출장비 공개를 요구했으며, 한동훈 장관은 “그럼 대신에 지난 정부 법무부에 있었던 거기 공개 청구를 같이해주시라”고 화답하면서 박범계 의원의 미국 출장비 축소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즉, 법무부가 박범계 의원만 표적으로 삼아 미국 출장비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같은 당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출장비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장관의 출장비 내역도 공개하자는 의견 제시로 인하여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박범계 의원의 미국 출장비 논란 의혹이 심각한 것은 공무원 해외 출장 정보 사이트인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과 국회에 수행 인원과 출장경비를 축소한 허위 답변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를 근거로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이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박범계 의원을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혐의로 고발했으니 앞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만약 수행 인원과 출장경비를 축소한 것이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무부의 首長(수장)을 지냈던 법무부장관이 재직 시 불법을 저지른 汚名(오명)을 남길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공정성과 형평성 수호에 그 어떤 장관보다도 앞장서야 하는 법무부장관으로서 국민들로부터 받게 될 지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의원의 신상발언을 보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해명이 아닌 궁색한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범계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일정 내내 장관과 동행한 수행원 즉 출장단은 저를 포함해서 6명이었다. 그 외에 통일법무과 2명 출입국본부 3명은 각기 그들 부서 고유의 사업추진과 관련한 국외 출장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통일법무과 직원과 출입국본부 직원은 법무부 소속이 아니란 말인가? 당연히 통일법무과와 출입국본부도 법무부 소관 부서인데,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박범계 의원은 “국외 출장 관련 수행원과 경비 등은 공무원의 출장 관련 경비들에 맞게 집행된 것으로 저는 믿고 있고, 이것을 누락하거나 축소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국외 출장 이후 경비 정산 등 행정절차에 대해서는 저는 관여한 바 없고 잘 알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는데, 최종책임자로서 본인의 국외 출장 관련 경비들에 맞게 집행된 것으로 믿고 있다는 유체이탈식 화법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1월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무리한 인사 단행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수사지휘권 발동 그리고 잇단 口舌(구설)에 휘말리며 지역민들을 낯 뜨겁게 만든 바 있는데, 이제는 법무부장관 재직 당시 해외 출장비를 축소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으니 대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허탈하기 그지 없다.

박범계 의원은 무너진 대전시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국민들 누구나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해명과 근거를 제시하든지 아니면 정계를 은퇴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3선 중진으로 만들어주고, 법무부장관까지 만들어준 대전시민들에 대한 은혜를 갚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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