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혁신 경쟁에 나섰다. 내년 22대 총선을 156일 남겨 놓은 시점에서 원내 제1당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혁신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내년 22대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정국을 극복하고 안정적 국정운영을 이끌어야 하는 국민의힘의 혁신은 그야말로 절실하다. 더구나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지금 시점에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내년 22대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이철규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전원의 사퇴를 시작으로 수습에 나섰으나, 당내 반발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3일 4대째 한국에서 봉사하고 있는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전권 부여를 약속했다. 지난달 26일 공식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호 안건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 등 징계 일괄 취소를 건의해 당 지도부의 의결을 이끌어내면서 당내 화합을 도모했으며, 2호 혁신안으로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배제를 비롯하여 의원 정수 감축과 세비 감축 등을 제안하고 나섰다.

특히, 인요한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SBS·채널A·TV조선 등에 잇달아 출연하여 “영남 스타들, 서울 험지 출마해야” 발언을 통해 당내 파장을 일으키더니 급기야는 지난 3일 당 지도부 및 중진을 비롯하여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을 향해 “내년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김기현 대표가 인요한 위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할 당시 전권 부여를 약속했기 때문에 혁신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국민 사기극이 될 수밖에 없고, 혁신위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는 김기현 대표 자신부터 수도권 험지에 도전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한마디로 인요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당 지도부 및 중진을 비롯하여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에게는 외통수지만, 국민의힘을 살릴 수 있는 절묘한 묘수라는 점에서 김기현 지도부가 당을 살리기 위한 대승적 수용이 절실히 요청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인요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당 지도부 및 중진보다는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 소위 ‘윤핵관’들을 향한 정계 은퇴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속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에서는 충청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하고 바라는 충청인들이 많지만, 소위 ‘윤핵관’들의 면상을 보고 있으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말끔히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곤 한다. 더구나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狐假虎威(호가호위)하여 공천에서 영향력을 끼쳐 지역을 망쳐놓은 것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지역민들은 소위 ‘윤핵관’에 대한 응어리가 풀린 것 같지 않고,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역대 모든 선거에서 대선 바로 직후의 선거를 제외하고는 쇄신과 혁신의 모습을 보이는 정당이 승리를 차지한 바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내년 22대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김기현 대표가 인요한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할 당시 전권 부여 약속을 이행하면 될 일이다. 인요한 위원장의 당 지도부 및 중진을 비롯하여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을 향해 “내년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라”는 요구에 김기현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면, 국민의힘의 내년 22대 총선 승리는 그만큼 더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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