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최고의 대학을 자부하는 충남대가 오는 23일 제20대 총장 선거를 실시한다. 지난 6일 오전 9시부터 7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한 제2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을 진행한 결과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김규용 교수·사범대학 교육학과 김정겸 교수·공과대학 응용화학공학과 이영석 교수·농업생명과학대학 응용생물학과 임현섭 교수 등 4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공교롭게도 이들 후보 4명은 모두 충남대 동문이다. 학번으로는 김정겸 교수가 81학번으로 가장 선배고, 뒤를 이어 이영석 교수 86학번·김규용 교수 87학번·임현섭 교수 89학번 순이다. 특히, 충남대가 지난 1989년 총장 직선제를 도입한 이래 최초로 제20대 총장 선거에는 후보자 4명 모두 모교 출신들로만 선거 대진이 짜였다. 그만큼 충남대 내에서만은 모교 출신들이 자신들의 위상을 공공히 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다.

교황 선출 방식으로 치러지는 역대 충남대 총장 선거에서 모교 출신들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직선제가 도입된 지난 1989년 제11대 총장 선거부터 2019년 제19대 총장 선거까지 아홉 차례의 선거에서 모교인 충남대 출신들의 고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난 1989년 제11대 총장 선거에서 충남대 출신 후보는 결선에도 올라가지 못하면서 3위의 성적표를 받았고, 지난 1993년 치러진 제12대 총장 선거에서는 충남대 사학과 출신인 정덕기 교수가 1차 투표에서 오덕균 총장에게 대패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309표를 받아 306표에 머문 오덕균 총장을 3표 차이로 꺾는 대역전승을 거두며 모교 출신 최초의 총장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지난 1997년 제13대 총장 선거에서는 충남대 철학과 출신인 서해길 교수가 서울대 출신의 윤형원 교수에게 패하면서 2위에 머물렀으며, 지난 2000년 제14대 총장 선거부터 2011년 제17대 총장 선거까지는 모교인 충남대 출신들은 결선 투표에 올라가지도 못했고, 지난 2015년 간선제로 치러진 제18대 총장 선거에서는 아예 모교 출신 후보조차 배출하지 못한 바 있다.

다시 직선제로 치러진 지난 2019년 제19대 총장 선거에서 충남대 건축공학과 출신의 이진숙 교수가 당선되면서 정덕기 총장 이후 두 번째로 모교 총장 자리에 올라 최초의 여성 총장·지역 최초의 여성 총장·거점국립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모교 출신이 총장이 되었다는 것 말고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던 충남대였다. 충남대 구성원들은 모교 출신이 총장이 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처럼 이전의 서울대나 한양대 출신 총장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중부권 최고의 대학을 자부하며 대전·세종·충남의 거점국립대학임을 자랑하는 충남대는 지난 6월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충남대의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탈락은 동문들이나 충남대를 사랑하는 지역민들에게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번 충남대 제20대 총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지난 제19대 총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도 있고, 학내에서 다양한 보직을 소화해 낸 후보도 있으며, 기업에서 업적을 쌓은 후보도 있는 것 같다. 오는 23일 선거에서 최종 1위의 티켓을 확보하여 교육부의 검증을 거쳐 내년 2월 임명될 신임 총장은 위기의 충남대를 구해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두 어깨에 걸머지게 된다. 즉, 이번 제20대 총장 선거에서 당선되는 후보는 충남대를 구하기 위해 등판하는 구원투수여야만 한다. 따라서 총장 선출 투표권이 있는 충남대 구성원들은 후보 4명의 공약과 공약 실천 능력을 면밀히 검토하여 충남대를 구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서 누가 적임자인지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선출될 충남대 제20대 총장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지역대학의 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기 4년 동안 만이라도 자신의 종교가 ‘충남대학교’라는 마음가짐으로 구성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내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여 대전·세종·충남의 거점국립대학을 넘어서 세계로 비약할 수 있는 충남대를 만드는 것에 혼신의 힘을 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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