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산군 국회의원 보좌관 고현대

'[금산군정 진단①] 끝없는 해외출장, 등 돌리는 군민들'...에 이어
금산군수가 프랑스 출장 중 튀르키예(터키)로 이동한 일정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삼 수출 시장 개척’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한민국의 튀르키예 인삼 수출액은 2021년 기준 12만 7천 달러(562kg) 정도이고, 2023년 OEC 통계에서도 튀르키예의 인삼 수입 비중은 전 세계의 0.0071%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시장이 없는 국가에 예산을 퍼부은 셈이다. 게다가 3일간 차량 대여와 가이드 비용으로 900만 원, 한국에서 데려간 현지 가이드 인건비로 380만 원을 추가 집행했다. 현지 여행사인 ‘에이스트래블’은 직원 3명 규모의 소규모 회사로 알려져 있어,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해외 출장이 이제 ‘상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튀르키예, 미국, 동남아까지… 군수가 관광 가이드보다 더 자주 해외를 오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 사이 금산의 현안은 멈춰 섰다. 부도로 중단된 보건소와 행복드림센터 공사는 언제 재개되는가? 인삼 경작 면적이 줄며 지역 경제가 휘청이는데 대책은 무엇인가? 중앙정부와 국회를 찾아 지원을 요청하거나 예산 협의를 한 적은 있는가? 군민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금산군은 또다시 약 1억 2천만 원을 들여 ‘제1회 인삼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그러나 ‘인삼의 날’은 이미 2016년부터 정부가 지정하여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인삼협회가 주관해 온 공식 행사다. 굳이 ‘새로운’ 인삼의 날을 만들어 ‘제1회’라 명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예산 낭비와 행정의 자기 과시가 맞물린 전형적인 사례다. 인삼축제(37억 원), 삼계탕축제(12억 원), 미국 출장(1억 원)에 이어 또다시 막대한 예산이 흘러나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미국 화기삼(花旗蔘, 회기삼)이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다. 화기삼은 2~3년근 백삼 계열로, 국내 최대 백삼 시장인 금산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금산군이 고려인삼의 유통 중심지를 자처한다면, 지금이야말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최소한 미국 화기삼 유통 시장이라도 방문해 경쟁 구조와 유통망을 조사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보여주기식 출장과 허울뿐인 보도자료만 남았을 뿐이다. 무능과 준비 부족이 낳은 결과다. 지역 국회의원과 정책 협의를 한 적은 있는가?
금산군이 지역 경제의 중심지로 남고자 한다면, 행정의 초점을 군민에게 맞춰야 한다. 화려한 외유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인삼 산업의 생산 기반 확충, 농가 지원, 판로 확대가 바로 군정의 본령이다. 지금처럼 사진 찍기용 행정이 계속된다면 금산 인삼의 위상은커녕, 군민의 신뢰조차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금산군에 필요한 것은 외유가 아니라 책임이다. 군민의 세금을 어디에 쓰는지, 그 결과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군수는 더 이상 침묵으로 지역 현안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