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연휴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개천절이 화요일이라서 10월 2일 월요일이 자칫 징검다리 휴일로 머물 수 있었지만, 지난 9월 5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안’이 통과되면서 모처럼 만에 황금연휴를 만끽하게 됐다. 민족 최대의 명절로 통하는 설이나 추석이 올해처럼 6일 동안의 연휴를 보낸 적이 있었나 싶다.

매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민족대이동이 이루어지면서 집권여당이든 제1야당이든 밥상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곤 하는데, 6일 동안 이어진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의 밥상 민심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 모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장 내년 22대 총선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그야말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비록 구청장 1석에 불과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vs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리전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또한 패배한 측의 지도부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양당 모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 밥상 민심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보다 더욱 화제를 모은 것은 당연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실질심사 기각에 대한 이야기다. 집권여당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유창훈 판사를 향해 ‘좌파 판사’를 비롯하여 ‘50억 클럽 멤버인 권순일의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 후배’라고 매도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유창훈 판사의 기각 결정을 환호하고 있다. 헌법 제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 조문이든 법률 조항이든 상관 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면 환호하고, 불리한 판결을 하면 매도하는 현재의 극단적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유창훈 판사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각 결정문에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하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부분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측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창훈 판사의 기각 결정에 소위 ‘보수의 품격’을 자부하는 국민의힘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하지만,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는데, 구속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는 정도의 입장만 밝히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집권여당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여 유창훈 판사를 매도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에서는 강성 지지층만 눈에 보이고, 스윙보터인 중도층 표심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에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이번 유창훈 판사의 기각 결정문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이미 소명되었다. 이재명 대표는 구속만 면한 것뿐이지 자신의 죄마저 면죄부를 받은 것이 결코 아니다. 특히,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의 계속되는 거짓말에 진절머리를 치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6월 1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습니다”라고 불체포특권 포기를 호언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그러한 호언장담도 무색하게 검찰이 지난 9월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틀이 지난 9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겁박과 야당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됩니다.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주십시오.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주십시오”라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부결을 호소했다. 불과 3개월 전에 당당하게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3개월이 지나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다시 부결을 호소하는 제1야당 대표의 모습에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이재명 대표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이탈표로 인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록 이재명 대표가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유창훈 판사의 불구속 수사 원칙에 입각한 기각 결정에 따라 구속은 면했지만, 범죄 혐의는 이미 소명되었고, 지속되는 말 바꾸기로 인해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가 됐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이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이재명 대표의 말이 수시로 바뀌는지 안 바뀌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지난 1972년 미국 국가원수로는 최초로 중국을 방문하여 마우쩌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데탕트 시대’를 연 바 있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고도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하지만, 닉슨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직접적인 이유는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이 아니라 이를 은폐하기 위한 지속적인 거짓말이 궁극적인 이유였다는 사실을 이재명 대표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하루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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