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이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부터 다시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리면서 구슬땀을 흘리며 수해 복구를 통해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었던 이재민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로 국민들 마음이 우울한 가운데,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20대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전 국민이 충격을 넘어 분노에 휩싸여 있다. 간혹 언론을 통해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뉴스를 접했을 때 ‘敎權(교권) 침해가 심하다’, ‘敎權(교권)이 추락했다’는 말로 표현하곤 하지만, 이번 20대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그 장소가 교실이라는 점에 있어서 敎權(교권) 추락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이제 敎權(교권)은 더 이상 추락할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통해 生(생)을 마감한 이번 20대 교사의 죽음으로 인해 敎權(교권)은 더 이상 추락이 아닌 敎權(교권)이라는 형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된 상황인 것 같다.

이번 20대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계기로 교사들이 생존권 위기를 호소하며 집결하는 등 파급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는 교사와 교대생 약 5,000명이 집회를 개최하고, 20대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추모하며, 교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芳年(방년)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번 사건에 분노한 전국의 전·현직 교사와 교대생들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달고, 마스크 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집결하여 진상규명 촉구·교사 생존권 보장·교사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켜 달라”며 울부짖었다.

실제 이날 집회에 앞서 실시한 참여여부 사전 조사에서는 약 2,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파악됐지만, 현장에는 사전 조사보다 두 배가 넘는 5,0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교사들은 극렬한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이든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교사들이든 너나 할 것 없이 각자의 SNS 화면을 검은 리본과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생님께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변경하는 등 20대 교사의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에 슬퍼하고 있다.

敎權(교권) 붕괴는 비단 이번 20대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남학생이 30대 여성 담임교사를 욕설과 함께 얼굴 등을 수십 차례 가격하고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이 학생은 지난 3월에도 해당 담임교사를 한 차례 폭행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교사는 가해 학생과 계속 같은 공간에서 담임과 학생으로 지내다 이런 봉변을 당하고 만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가해 학생의 부모가 피해 교사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아이에게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했는데, 담임교사가 자신의 아이만 차별하고 혼내서 벌어진 일이라”며 언론을 통해 되레 적반하장 격으로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라고 주장한 점이다.

결국 지난 19일 해당 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안을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하고,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전학 조치와 특별 교육 12시간을 심의·의결했으며, 가해 학생의 학부모에 대해서는 특별교육 5시간을 심의·의결했다. 또한 해당 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가해 학생의 엄벌을 촉구하는 동료 교사들의 탄원서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2,200여 장이 접수된 가운데, 해당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 가해 학생을 고발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해 학생 부모는 “담임교사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 자신의 아이 역시 반성하고 있다. 담임교사와 학교를 통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제공받지 못해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는 해명을 늘어놓으며 고개를 숙였으나, 이를 순순하게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라는 속담처럼 자기 자식이 귀하지 않은 부모는 없다. 그런데 요즈음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들과 딸만 귀하다는 생각에 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버릇이 누적되면서 20대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교실에서 30대 교사가 제자에게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닌가 싶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민주화까지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높은 교육열이 敎權(교권) 붕괴의 선봉에 서 있는 양상이다. 더 이상 추락할 것도 남아 있지 않아 붕괴돼버린 敎權(교권) 회복을 위해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교육 당국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붕괴된 敎權(교권) 회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