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충남 공주 출신의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공식 임명됐다. 지난 7일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로부터 신임 비대위원장 지명을 받은 정 부의장은 곧이어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박수로 추인됐으며, 다음 날 열린 제5차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 임명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직후 기자들에게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들 한다. 더 이상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권여당의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 때문이라”고 수락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 부의장의 비대위원장 수락 이유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 내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는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충청권에서는 정 부의장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임명 소식에 비록 임시라도 집권여당 당 대표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도 있는 반면,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부터 윤석열 대통령 마케팅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비롯하여 그동안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명예훼손 발언 등 여러 차례 빚어진 막말 논란이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팽배한 것 같다. 우선 윤석렬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1960년생 동갑내기이자 선친들의 고향이 나란히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 부의장이 혼란한 당내 상황을 수습하고, 전당대회 전까지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게 되면, 충청권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정 운영에 있어서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오지 않겠느냐는 긍정적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 부의장이 그동안 보여준 정치 행보를 돌이켜보면, 당내 반발이 더욱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당장 당 내외에서 정 부의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주호영 의원과 비견되고 있다. 주 의원은 대구에서 내리 5선을 달성하면서 여의도를 단 한 차례도 떠난 적이 없지만, 정 부의장의 경우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패배 후 1년 후 치러진 재선거에서 당선됐으며,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당적을 변경하여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2년 만에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기용되면서 여의도를 떠나야했고,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중구로 지역구를 옮겨 패하면서 국회에 입성하지도 못했다. 정 부의장은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부여군과 청양군이 지난 2016년 20대 총선부터 공주·부여·청양 지역구로 통합되면서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상대로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각각 3.17%p와 2.22 %p 차이의 辛勝(신승)을 거두고 5선 고지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정 부의장을 5선 국회의원이라고 일컫고 있지만, 정 부의장의 경우는 주 의원이나 조경태 의원처럼 실질적 5선 아니고,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기간은 4선에 불과한 점에서 비대위원장을 고사한 주 의원은 제외하고라도 실질적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을 제치고 비대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특히, 이 전 대표와 함께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한 바 있는 주 의원은 온화한 이미지로 당내 화합을 이끌어 낼 적임자로 평가 받고 있지만, 정 부의장은 지난 6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 전 대표를 직격하면서 연일 舌戰(설전)을 벌인 바 부분 역시 걱정스러운 점이다. 지난 7일 정 부의장을 추인한 국민의힘 의원총회 직후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웅 의원이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있었을 때 가장 먼저 게이트를 흔들었던 사람을 다시 대표를 시킨다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반대를 했다”고 비판한 것만 보더라도 당내에서조차 정 부의장의 비대위원장 임명을 곱게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또한 정 부의장의 비대위원장 임명은 ‘정당민주주의 회복’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死生決斷(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드는 이 전 대표의 전투력에 불을 지핀 결과로 나타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여 다시 한 번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민의힘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더구나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의 정 부의장 행보도 우려스럽다. 정 부의장은 지난 9일 이 전 대표의 험지 출마론 요청과 관련하여 “초선이나 한번 해보고 험지 출마론 소리를 해야 한다”고 일축했으나, 이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으로부터 “차마 험지에 도전할 용기도 없이 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아 11선을 누린 집안의 자제께서 하실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직격을 당했으며, 홍준연 전 대구 중구의원으로부터도 “민주당 텃밭에서 고군분투한 이준석 대표와 아버지로부터 지역구 이어받아 5선 경력 자랑하는 정진석 위원장. 국민들 앞에 누가 더 반문할까?”라는 비판을 당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당 수습에 전력하느라 이 전 대표의 발언에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정도로 일축하면 될 일을 괜한 발언으로 인해 말꼬투리를 잡히는 것 역시 정 부의장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정 부의장은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동일 지역 동일 선거구 3회 이상 낙선자 공천 배제’라는 상식에서 벗어난 조항을 만들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정 부의장의 납득할 수 없는 공천 룰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사람은 공교롭게도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던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다. 당연히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정 부의장에 대한 감정은 상당히 안 좋을 수밖에 없고, 정 부의장에 대한 앙금 역시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은 대전과 인접한 정 부의장의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 거주하는 지인들에게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의 국민의힘 대전시장 공천 과정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6선에 성공하여 국회의장을 노리는 정 부의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는 매우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충청권에서조차 상당히 큰 안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정 부의장이 전당대회 전까지 과연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충청 출신 대통령 탄생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충청인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내각 인선은 그야말로 실망감 그 자체였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면, 서운한 감정도 잠시 접어두고 오직 윤석열 정부의 성공만 간절히 바라겠지만,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국정수행 지지율마저 저조한 상황에서 친윤 이미지가 강한 정 부의장을 일명 ‘박수 추인’을 통해 비대위원장에 임명한 국민의힘을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더구나 이 전 대표에게 ‘윤핵관’도 아니고 ‘윤핵관 호소인’으로 불리는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 이후의 행보를 보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달려드는 이 전 대표 측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있어 국민들 눈에는 권력다툼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가장 걱정스러운 이유다. 이래저래 국민의힘의 정 부의장 비대위원장 임명은 ‘長考(장고) 끝에 惡手(악수) 둔‘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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