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정국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60여일 만에 집권여당 당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당을 이끌어 가더니 20여일이 더 지나서는 당 대표 직무대행마저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의 사퇴 표명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80여일 남짓 만에 집권여당 국민의힘 지도부가 붕괴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설 전망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집권한지 100일도 안 돼서 집권여당 지도부의 붕괴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적이 있나 싶다.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마뜩찮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한가지다. 지난 20대 대선 패배와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을 내준 패장(敗將)이 당(黨)을 다시 일으켜보겠다고 제74주년 제헌절에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대선 후보로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자숙이 답인데, 자신이 활동하던 무대를 벗어나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이미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민들은 지난 25일 전·현직 법무부장관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집중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장관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vs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인 한동훈 장관의 대결은 제목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창 vs 방패의 대결이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한동훈 장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면서 맥이 빠지고 말았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은 그야말로 논리적 태도와 사실관계 모두 한동훈 장관의 완승이었고, 박범계 의원의 완패였다.

박범계 의원의 이날 KO패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맞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신의 법무부장관 재임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2시간·2시간씩 두 차례 인사 협의를 했고, 그중에 1시간 50분·1시간 50분 전부 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인사 결과를 보면,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았다. 속된 말로 박범계 의원이 주장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인사 협의는 ‘충분히 상의해서 제 멋대로 결정’한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박범계 의원의 패싱에 격분한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2개월 만에 스스로 옷을 벗었을까? 대다수 국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버젓이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범계 의원이 자신의 법무부장관 재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두 차례 인사 협의 운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이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박범계 의원이 “검찰총장이 두 달째 넘는 공석인데, 대검 검사급·고검 검사급·평검사 전부 다 한동훈 장관이 해버렸습니다. 이런 전례가 있어요?”라고 물었지만, 한동훈 장관은 매우 여유롭게 “과거에 의원님께서 장관에 있을 때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으로”라고 그대로 역공을 펼쳤다. 박범계 의원이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십쇼”라고 한동훈 장관을 향해 호통을 쳤지만, TV나 동영상을 통해 질문과 답변을 지켜본 국민들은 박범계 의원의 호통과 한동훈 장관의 논리적이고 조리 있는 답변 그리고 집권여당 의원들의 박범계 의원에 대한 비웃음 소리만 기억하고 있다.

특히,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권한과 관련하여 한동훈 장관의 답변에 대해 박범계 의원은 “제가 보기에 수사만 해서 소위 헌법과 법률에 많이 알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애”라고 비판했지만, “국민들께서 보시고 판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는 한동훈 장관의 답변은 그야말로 백미(白眉)였다.

한동훈 장관의 마지막 답변처럼 지난 25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미 판단을 끝낸 상황이다. 박범계 의원의 완패로 인해 그에 따른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우리 대전 서구민들을 비롯한 대전시민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어떤 시민은 한동훈 장관의 사실관계에 근거한 논리적이고 조리 있는 답변에 말문이 막혀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고 호통만 친 박범계 의원에게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고 이야기했지만, ‘연민의 정’이 아니라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통쾌해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것 같다.

대전 서구을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1월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잇단 구설(口舌)에 휘말리며 대전시민들을 낯 뜨겁게 만든 바 있다. 박범계 의원이 자신을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준 대전시민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더 이상 대전시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모든 일에 있어서 진중한 태도로 일관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를 견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박범계 의원은 ‘싸움 닭‘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고, ‘충청 맹주’를 넘어 자신이 꿈꾸는 ‘용꿈‘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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