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비대위원장 전성시대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지난 9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한 후 곧바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을 공개하고, 의원들이 추인함에 따라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의 ‘주호영 비대위’ 출범으로 헌정사에 유례없는 원내 1~3당이 나란히 비대위원장이 당을 이끌게 됐다.

더구나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비대위 출범은 사상 초유의 당 대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에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마저 붕괴되기까지 불과 1달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마치 지난 6.1 지방선거 참패 8일 만에 출범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비대위 체제’가 부러워서 서두른 것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들 정도다.

또한 오는 8.28 전당대회까지 두 달 남짓 한시적으로 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국회 의석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비대위’와는 달리 지난 9일 출범한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주호영 비대위’는 비대위의 성격과 기간을 두고도 ‘혁신형 비대위’ vs ‘관리형 비대위’를 놓고 당권주자들 간 이견이 분분하여 비대위원들이 인선되더라도 논란의 불씨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들은 ‘주호영 비대위’의 출범으로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원내 1~3당 모두 비대위원장이 나란히 자리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원내 1~3당이 광복절 경축식에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를 대신한 적이 있었나 싶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7월 17일 열린 제74회 제헌절 경축식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의 투샷이 불과 1달 만에 주호영 비대위원장으로 한쪽이 바뀌게 되는 상황이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그야말로 웃픈 지경이다.

특히, 국민들은 한 정당의 성공 여부가 아닌 정권의 성공 여부와도 직결되는 집권여당 ‘주호영 비대위’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한마디로 ‘주호영 비대위’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결기에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특임장관을 비롯하여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당 대표를 제외한 당내 주요 직책을 모두 역임한 5선 의원 출신의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사람 좋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선당후사(先黨後事)의 정신으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결기를 보여줄 때만이 ‘주호영 비대위’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주호영 비대위’의 성공은 당의 내홍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지지도 상승을 견인하며, 22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종국에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 그 책무는 매우 막중하다.

하지만, ‘주호영 비대위‘가 순항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2000년대 이후 출범한 비대위 중 성공 사례만 보면, ‘주호영 비대위‘의 순항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유추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출범한 비대위 중 성공 사례는 지난 2012년 출범한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와 지난 2016년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그리고 지난 2020년 출범한 국민의힘의 ‘김종인 비대위’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박근혜 비대위’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배후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으며, 2016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는 진보진영의 분열로 참패가 불을 보듯 뻔 한 상황에서 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지난 2020년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는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20대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다. ‘주호영 비대위‘가 당의 명운과 윤석열 정부의 명운을 걸고,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어야 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비대위원장 인선 직후부터 기록적 폭우에 이어 수해복구 현장에서의 동료 의원 망언 그리고 전직 대표의 ‘비대위 출범‘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 이은 작심 저격 기자회견까지 일주일 내내 홍역을 치른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일련의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행운의 숫자 ‘럭키 세븐’이 두 차례 들어간 광복절 제77주년 경축식을 계기로 일신(日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대한민국 역시 다시 한 번 국운이 비상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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