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가 시끄럽다. 지난 7월 제9대 의회 전반기 의장단 구성을 지켜본 많은 시민들은 “과연 집행부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질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역시나 많은 시민들이 의문을 가졌던 것처럼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7일 열린 제26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다선 의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의정 경험이 全無(전무)한 이상래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할 때부터 집행부 견제와 감시에 대한 우려는 시작됐다. 더구나 이상래 의장이 이장우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의회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지역의 화두였다.

그런 가운데 최근 대전시의회의 행태를 보면, 의회의 본분인 집행부 견제와 감시에 대한 의지는 상실한 것 같고, 이제는 집행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조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제267회 제1차 정례회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상래 의장이 지난 20일 이장우 시장의 해외출장에 동행하면서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회기 중이 아니더라도 의회의 首長(수장)이 집행부의 首長(수장)과 동반 해외출장을 간다는 것에 대다수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할 일인데, 더구나 회기 중에 시장의 해외출장에 의장이 동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인해 올해 1월 13일부터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까지 이루어진 마당에 이상래 의장의 처신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당장 이상래 의장이 이장우 시장의 해외출장에 동행하여 대전시에 어떤 큰 이익을 가져왔는지 묻고 싶다. 이상래 의장의 이장우 시장 해외출장 동행은 그저 시민들의 혈세만 낭비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장우 시장은 이상래 의장의 해외출장 동행을 의식한 듯 “서류만으로는 현장 상황 파악이 어렵다고 생각해 이번 출장에 먼저 이 의장에게 동행을 요청했다”고 옹호하고 나섰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장우 시장의 해명이 백번 맞다고 하더라도 현장 상황 파악을 위해 의원 동행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자신과 특수 관계인 이상래 의장이 아닌 다른 의원들 중 한 명을 추천받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장우 시장은 취임 초부터 간부급 공무원 10명에 대한 전격적인 대기발령 단행으로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는 등 민선 8기 대전시정이 좌충우돌 성격이 짙은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데, 이번 해외출장에 이장우 시장이 먼저 이상래 의장에게 동행을 요청했다는 해명은 사려 깊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전시의회의 집행부 견제 의지 상실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송활섭 의원이 지난 1일 ‘대전시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과 ‘대전광역시교육청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을 각각 대표 발의하였고, 교육위원회는 지난 19일 대해 현재 범정부 차원의 유아교육·보육 관리체계 일원화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향후 상황에 맞춰 재논의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에서 ‘대전광역시교육청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두 조례안은 소관만 다를 뿐 유아교육비 지원을 통한 무상 교육 실현·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저출생 및 인구 감소 문제 해결 등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어 복지환경위원회도 의회 정책기조에 맞춰 ‘대전시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복지환경위원회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 22일 회의에서 해당 조례를 기습 상정해 찬성 4표와 반대 1표로 가결시키기에 이르렀다. 교육위원회에서 ‘대전광역시교육청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이 부결된 직후 이장우 시장이 지난 20일 주간업무회의에서 유아 무상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제도의 조속한 마련을 지시한 이후 복지환경위원회가 화답이라도 하듯이 ‘대전시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을 가결시키면서 ‘집행부 2중대’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말았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즉각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시장의 ‘제2비서실’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고,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에 대한 융단폭격에 나섰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조례안 심사 전 어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느냐"며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면, 이는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된 ‘날치기’라”면서 “복환위 조례안 통과는 사실상 시장의 지시를 받들거나, 혹은 압박에 못 이긴 결과라는 지적에 대해 해명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는 상임위원회로서 교육위원회가 부결시킨 동일한 내용의 조례안을 ‘교육청’이라는 글자만 빠졌다고 복지환경위원회에서 가결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며, 商道義(상도의)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또한 아무리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대전시의회 22석 중 18석(81.8%)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가 스스로 “우리는 시장과 한편이라”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줄 필요는 없는 일이다.

이런 일들로 괜한 논란을 초래한 이상래 의장이나, 복지환경위원회 소속의 조례안 찬성 의원들은 앞으로 의정활동에서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이라는 옛말처럼 사소한 일이라도 남에게 의심 받을 행동은 처음부터 삼가고, 의회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여 시민들로부터 신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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