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수선하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할로윈 행사를 즐기던 젊은이들 156명이 사망하고, 197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 국민이 우울감에 빠진 것 같다. 국가애도기간은 지난 5일로 끝났지만, 조문 정국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망 156명·부상 197명이라는 대형 사고에 전통적 우방인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일본·중국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까지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조전을 보내 우리 국민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한민족인 북한만은 꽃다운 청춘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커녕 며칠 동안 미사일을 발사하며 남북 간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나섰다. 喪中(상중)에는 싸움도 잠시 멈추는 것이 예의이자 도리인데, 북한은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喪中(상중)에도 불구하고 동해와 서해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스스로 ‘악의 축’이자 '깡패국가‘라는 것을 과시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런 와중에 이태원 사고에 대한 국가애도기간 중 국회 국방위원회 방위사업청 정부예산안 소위원회는 지난 4일 방사청 대전 이전 예산에 대해 90억원이 삭감된 120억원으로 수정 가결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방사청 대전 이전은 기본설계비 등 210억원의 예산이 확정되고, 지난 8월 31일 지정·고시까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예산소위원회가 90억원의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은 대전시민을 우롱하는 처사이자 더 나아가 충청도민을 우습게 아는 행태다.

국회 국방위원회 방위사업청 정부예산안 소위원회의 방사청 대전 이전 예산 처리에 앞서 부랴부랴 더불어민주당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3일 국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방사청 이전 예산 삭감은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고 말았다. 방사청 대전 이전 예산 삭감에 지역 경제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더구나 국회 국방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앞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은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대전시민들에게 어떤 명분으로 표를 달라고 할지도 궁금할 지경이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지역 7개 선거구를 독차지했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지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아홉 차례의 선거에서 진보진영 정당이 대전지역에서 전체 국회의원을 석권한 것은 21대 총선이 유일하다. 덕분에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도 대전 출신인 박병석 의원이 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인 것 같다. 6선의 국회의장 출신 의원과 5선의 국회 법사위원장 출신 의원이 있으면 뭐하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방사청 대전 이전 예산 삭감 조짐을 보였다면,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은 즉시 당내에서 이러한 사태를 무마했어야 한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도록 더불어민주당 대전지역 의원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지역 의원들이 지난 3일 박홍근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자 대전시민들에게 보여주기식 면피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행복도시법으로 인해 역차별을 받아오던 대전과 충남은 지난 2020년에서야 간신히 혁신도시에 지정되었지만, 쓸 만한 공기업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완료하여 괜찮은 공기업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대 대선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방사청 이전을 공약하고, 그에 따른 이행 준비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데, ‘아닌 밤중에 날벼락’도 아니고, 방사청 대전 이전에 몽니를 부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대전이 우습지 않다면, 방사청 대전 이전 예산을 삭감하는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안전관리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에 대한 자책을 먼저 하고,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회를 이끌어가는 거대 야당으로서 합당한 태도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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