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1월 당무복귀를 위해 회심의 카드로 던진 3차·4차·5차 가처분 신청이 결국 인용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6일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정진석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6명을 상대로 신청한 3차·4차·5차 가처분에 대해 각하·기각·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지난 1차·2차 가처분 신청에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3차·4차·5차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하지 않으면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게 완패를 당했다.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추가 징계까지 받으면서 정치적 재기마저 불투명해졌다.

이 전 대표의 정치 역정은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정권교체를 앞둔 절체절명의 순간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만 36세의 나이로 보수정당 역사상 최연소 당 대표로 등극한 이 전 대표는 2030 세대의 당원 가입을 이끌어내며 ‘보수진영의 희망’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잠시 20대 대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 보수진영 지지자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더구나 20대 대선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 당무 거부 및 몇 차례의 가출 시도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보수진영의 희망’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전락하는 계기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대표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들과 지속적인 갈등을 이어가면서 위태위태한 대표 자리를 유지했다. 결국 지난 7월 8일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는 8시간 동안의 격론 끝에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등 의혹과 관련하여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 및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게 비판의 열을 올리던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자 자신이 징계 기간 도과 후 당 대표로 복귀할 길이 차단되는 점을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정당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적으로 해결한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자신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국민의힘에게 완승을 거두었지만, 지난 6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문제 삼아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받으면서 최종적으로 완패하고 말았으며, ‘청년정치’를 상징하는 대표주자로 乘勝長驅(승승장구) 하면서  ‘핑크빛 정치적 미래‘를 기약했지만, 그마저도 一場春夢(일장춘몽)으로 끝을 맺었다.

‘청년정치’의 상징으로 평가받던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에서 완패하고, 추가 징계까지 받으면서 정치적 재기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청년정치가 몰락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비단 이 전 대표만이 아니라 지난 20대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활약했던 박지현 전 위원장 역시 ‘청년정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지만, 전당대회 출마 불발과 이재명 대표와의 갈등으로 당내에서 싹을 틔우지 못하고, 결국 장외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당원과 여론조사로 당 대표에 오른 이 전 대표와 달리 박 전 위원장은 당내 유력 인사에 의해 영입되었지만,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채 당내 영향력 있는 인사에 의한 구색맞추기식의 영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청년정치’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은 것 같다. 이 전 대표가 30대 당 대표로서 20대 대선 승리와 6.1 지방선거 완승을 이끌었지만,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멸하면서 ‘청년정치’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진 것 역시 사실이다. 물론 이 전 대표가 모든 청년정치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전 대표만큼 전 국민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청년정치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청년정치‘의 위상을 살펴보면, 유력 주자에게 영입되어 한 차례의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전 대표의 경우는 지난 2011년 11월 출범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비상대책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2014년 새누리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지속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 온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선 과정을 돌이켜보면, 過猶不及(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젊은 세대로서의 속도감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숨을 고르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타협을 모색하며, 제대로 된 방향성을 찾는 것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제2·제3의 이 전 대표와 같은 청년정치인이 수없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등장하는 청년정치인들은 이 전 대표처럼 젊은 세대로서의 속도감만 갖춘 정치인이 아닌 기성세대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갖춘 정치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럴 때만이 청년정치인들이 모든 세대에게 박수를 받으면서 대한민국 정치의 판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사회발전과 국가발전의 주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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