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충청기업’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수사 의뢰한 ‘항공운수사업 면허업무 방해 의혹’이 서울경찰청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을 앞두고 제기된 국토교통부의 수사 의뢰로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았던 이스타항공은 경찰의 혐의 없음 처분으로 일단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동안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운항 필수 조건인 AOC 발급 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호소했던 대전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도 경찰의 혐의 없음 처분에 안도하는 것 같다.

국토교통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한 이스타항공의 ‘항공운수사업 면허업무 방해 의혹’ 혐의 없음 처분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AOC 발급을 받고,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까지 뜬눈으로 지새워야 하는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의 하루하루는 피가 마를 지경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생존 위기’에 내몰린 이스타항공의 근로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1인 시위는 그야말로 ‘생존 투쟁’에 가깝다. 충청지역에서 착실하게 기업을 일군 (주)성정이 파산 상태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여 ‘기업회생’ 절차를 마치고, 운항재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할 당시만 해도 이들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지만, 국토교통부의 AOC 발급 잠정 중단 결정으로 이륙할 수 있다는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택배와 대리운전 등을 전전하면서 AOC 발급만을 기원하며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경찰청의 혐의 없음 처분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경찰의 이스타항공 불입건 처분 유감’이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국민안전과 직결된 재무건전성 개선 엄격히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서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국가기관이 제기한 수사 의뢰를 경찰이 무성의하게 수사하지도 않았을 것인데, 경찰의 혐의 없음 처분이 마치 잘못된 일인 양 ‘유감’ 입장을 표명하는 국토교통부의 태도는 생존 투쟁을 위해 1인 시위를 벌이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에게는 정말 못할 일이다. 오히려 국토교통부는 경찰의 혐의 없음 처분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이스타항공에 대한 AOC 발급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어야 한다.

물론 “항공운송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은 항공기 안전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매우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놓고, “대표자 변경면허 심사 시 재무 상태에 대한 심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경찰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국토교통부의 태도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사 결과만 인정하겠다는 오만한 태도로 비쳐질 수 있다. 더구나 “이스타항공이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사나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경찰의 판단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 경영진이 변경면허 발급과 조속한 운항재개를 위하여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의심만으로 한 기업과 그 기업에 딸린 수 천 명의 임직원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모는 태도로 역시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다.

경찰의 이스타항공에 대한 혐의 없음 처분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보인 태도는 甲(갑)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乙(을)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국가기관의 전형적인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게 易地思之(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를 한 번 떠올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7월 28일 이례적으로 이스타항공에 대한 수사 의뢰 브리핑을 직접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대다수의 경제계 인사들도 원 장관이 직접 이스타항공에 대한 수사 의뢰 브리핑을 진행한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제 경찰 수사 결과 이스타항공에 대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으니 원 장관의 책임론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원 장관은 수사 의뢰라는 화두를 던져 놓고도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을 비롯한 지역경제계와 항공업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명쾌하게 내놓지도 못했다. 이스타항공에 대한 AOC 발급은 수 천 명의 인생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 및 국가경제 발전과도 직결된 일인데, 수사를 의뢰할 때와 달리 국토교통부 차원의 설명자료 만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집권여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나섰던 원 장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서울대 전체수석과 제34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으로 국민들에게 천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원 장관은 지금도 집권여당의 潛龍(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다. 원 장관이 潛龍(잠룡)을 넘어 ‘별의 순간‘을 잡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장관었다는 호응이 뒤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이스타항공에 대한 원 장관의 수사 의뢰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 행보가 아니었나 싶다. 원 장관이 潛龍(잠룡)을 넘어 ‘별의 순간‘을 잡기 위해서라도 이스타항공의 AOC 발급에 적극적으로 結者解之(결자해지)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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