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의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을 앞두고 ‘항공운수사업 면허업무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충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수천 명의 임직원들은 물론 대전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 경제계마저 이스타항공의 영업 재개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가운데,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충청기업’ 이스타항공을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전상공회의소는 지난 23일 호소문을 통해 “이스타항공에 대한 수사와 운항증명 발급 중단으로 항공사 및 협력사 임직원 수천 명의 일자리와 가족들의 생계, 더 나아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국토부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당국 및 사법기관의 정의에 의해 마땅히 진행되어야 하나, 수사와는 별개로 이스타항공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항증명 발급 재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간곡하게 요청했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근로자들 역시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수사와는 별개로 항공기 운항 필수 조건인 AOC발급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직원들의 전자 서명을 첨부하여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전달하기도 했으며, 지난 22일부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고, 오는 31일에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를 예고했다.

지역에서는 이스타항공의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이 지연되면서 대전·충남지역 항공산업 활성화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는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위치한 대전을 중심으로 항공우주산업 특화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대전의 연구·인재 개발‘을 포함한 ‘전남의 발사체 산업‘·‘경남의 위성 산업‘ 등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3각 체제로 발표하면서 대전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정부의 구상에 대해 ‘충청 패싱’이라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이스타항공에 대한 AOC 발급 지연이 IMF 구제금융 여파로 인해 지난 1998년 퇴출된 충청은행을 연상시키며, 정권의 ‘충청 패싱’ 논란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의견마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충청은행 퇴출 직전 당시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충청은행에 근무 중인 자신의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제자들에게 “충청은행은 퇴출 대상이 아니다”라고 몇 차례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졌지만, 결국 충청권 정치력의 부재로 인해 충청은행은 퇴출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또한 1년 후에는 충북은행마저 퇴출되면서 영·호남과 달리 충청권에서는 지방은행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으며, 3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이스타항공에 대한 AOC 발급 지연에 대해 충청인들은 충청은행 퇴출 당시를 회상할 수밖에 없으며, 대전·충남지역 항공산업 활성화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남의 빚 갚아주고, 내가 죽을 수 있다’면 어떤 기업인이 부실기업 인수에 나서 수천 명의 실업자를 구제하고,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지역 기업 ㈜성정의 오너는 22살 때부터 포크레인 기사로 운전을 시작한 이후 특유의 성실함 하나로 현재의 기업을 일구어냈으며, 지난 40여 년간 대전⸱충청지역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또한 평생의 꿈이던 항공산업 종사를 위해 사실상 파산 상태에 있던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여 수천 명의 생계가 걸린 기업을 살렸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자부심 하나로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는데, 국토교통부의 납득할 수 없는 AOC 발급 중단은 모기업마저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 가고 있으며,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충청 출신 대통령 탄생으로 기대감에 부풀었던 충청인들은 내각 인선부터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데, 멀쩡한 지역 기업마저 위기로 내모는 정부의 행태로 인해 속에서 천불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하루 빨리 이스타항공이 날개 짓을 할 수 있도록 AOC 발급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며, 우리 충청인들은 지난 1998년 충청은행과 1999년 충북은행 퇴출을 반면교사 삼아 ‘이스타항공 구하기’에 올인하여 지역 기업 살리기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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