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불과 23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일까지 감안하면 17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거대 양당의 공천이 막바지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여·야 모두 막말이나 비리 혐의 연루자들에 대한 공천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여·야 모두 공천을 받은 후보들의 막말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막말 경계령‘이 발효됐을 정도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대구 중·남구에 공천을 받았던 도태우 (예비)후보를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이유로 공천을 취소했으며, 부산 수영구에 공천을 받았던 장예찬 (예비)후보를 ‘난교 발언’과 서울시민 비하 발언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 전격적으로 공천을 취소했다. 18일 현재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았다 취소된 (예비)후보는 도태우 (예비)후보와 장예찬 (예비)후보를 비롯하여 경기 고양정의 김현아 예비후보·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박일호 예비후보·충북 청주 상당의 정우택 예비후보 등 5명에 이른다. 또한 친일파 옹호 논란을 빚고 있는 대전 서구갑의 조수연 (예비)후보의 경우도 지난 15일 이종찬 광복회장을 찾아 큰절로 사죄했지만, 여론의 흐름에 따라 공천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 14일 대표적 친명 인사로 통하는 정봉주 전 의원을 목함지뢰 피해 장병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을 이유로 공천을 취소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하남시 현장 기자회견을 통해 “살점을 뜯어내는 심정으로 공천을 취소했다”고 밝히며,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취소에 대한 안타까움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故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실패한 불량품’ 비하 발언으로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경기 안산갑의 양문석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공천취소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 하남시 현장 기자회견에서 양문석 (예비)후보의 故 노무현 대통령 비하 발언에 대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치인을 향한 비판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양문석 (예비)후보의 발언을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도대체 막말을 대하는 이재명 대표의 이중잣대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진보진영 인사들이 그렇게 존경해 마지않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실패한 불량품’이라는 비하 발언을 서슴 없이 내뱉은 인사에 대한 관용은 河海(하해)와 같고, 자신에게 쓴소리를 마다않는 박용진 의원과 같은 비명계 인사들에게는 냉혹하다 못해 옹졸하기 짝이 없는 이재명 대표의 행태에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입구 1층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흉상이 설치돼 있다. 그만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진영 인사들에게 상징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번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며 당을 떠난 인사들은 한결같이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私黨(사당)’이라든지 ‘김대중·노무현 정신 실종’을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표를 받아야 하는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 김대중 정신까지는 부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불량품’이라고 지껄인 양문석 (예비)후보를 두둔하는 이재명 대표를 보면, 노무현 정신은 이미 부정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공천 기준은 자신을 광적으로 지지하는 팬덤 이외에는 일반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가 많았다. 22대 총선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광적인 지지에 함몰돼 원칙과 기준도 저버리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지금이라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추앙하는 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거침 없이 쏟아낸 양문석 (예비)후보에 대한 과감한 공천취소를 통해 늦었지만 거대 제1야당 대표로서의 품격과 체통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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