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정치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 그런데 작금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현실은 극단적 파당 정치인 비토크라시만 난무하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근본은 온데간데없다. 더구나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한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과연 이것이 정치인지 의구심이 들 때도 많다.

2024년 갑진년 새해 벽두부터 제1야당 대표가 지지자를 가장한 괴한에게 피습을 당한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집권여당 여성 국회의원이 만 15세에 불과한 중학생으로부터 성인 주먹만한 크기의 돌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피습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차대한 범죄행위이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다.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잇달아 벌어진 정치테러는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사법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배후를 밝혀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해자에 대하여 一罰百戒(일벌백계)로 다스려 다시는 이 땅에 정치테러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1945년 8.15 광복 이후 좌우의 극심한 대립 속에 고하 송진우·설산 장덕수·몽양 여운형 선생 등 민족지도자들이 차례로 대한민국 정부수립도 보지 못한 채 정치테러에 의해 희생당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또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우리 국민들에게 ‘영원한 주석’으로 평가받는 백범 김구 선생조차 안두희의 총탄에 의한 정치테러로 비극적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우리나라가 정부수립도 채 하지 못했을 당시와 정부수립 초기 이러한 일들이 발생했던 것처럼 정치테러는 후진국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의 하나다. 그런데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한류문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우리 국민 모두는 자성해야만 한다. 특히, 여야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이런 극단의 정치를 안겨준 것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외신조차도 우리나라의 정치 분열이 극에 달해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을 정도로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극단적 대립이 度(도)를 넘어서고 있다. 똑같은 사건 하나를 바라보는 태도 역시 정반대의 시선으로 서로를 적대시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테러라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상에서는 상대 진영을 헐뜯기 바쁘고, 정당 역시 사건 발생 초기에는 안타까움을 표하다가 즉각적인 태세 전환을 통해 ‘네 탓’ 공방만 일삼는 현실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배현진 의원이 정치테러를 당한 다음 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속히 서로를 적대하는 극단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치권 모두가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라고 다짐한 바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외침처럼 여야 정치권이 앞장서 극단의 정치를 극복해야만 한다. 여야 정치권이 하루빨리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될 때만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한류문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 걸맞은 바람직한 정치문화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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