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총선에서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이 매서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이번 총선 참패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2년밖에 남지 않은 2026년 지방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3년도 채 남지 않은 21대 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 방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 재건을 위한 一絲不亂(일사불란)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당선자는 당선자대로 낙선자는 낙선자대로 衆口難防式(중구난방식)의 해법만이 난무하고 있으며, 당선자 역시 수도권 당선자와 영남권 당선자가 현 상황을 바라보는 입장이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단편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하며 대비책 마련을 주창한 바 있는 충남 청양 출신의 윤상현 의원이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번 총선 참패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영남 중심적 한계로 공천에 매달리고 바른 소리를 할 수 없었던 것에 있고, 이를 제대로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당을 폭파시키는 각오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환골탈태하여 변화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으나, 재선 대구시장 출신으로 이번 22대 총선에서 대구 달서병에 출마하여 재선에 성공한 권영진 당선인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면서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윤상현 의원의 주장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권영진 당선인의 날선 반응에 대해 윤상현 의원도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참패의 원인을 찾아 혁신하자는 당내 목소리가 별안간 영남과 수도권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라”면서 “이러한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영남 유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그 누구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영남 유권자의 뜻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지만, 이런 시각차는 단지 윤상현 의원 vs 권영진 당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수도권 출마자들 vs 영남권 출마자들 모두가 갖고 있는 인식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이번 22대 총선을 통해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든 작금의 상황에서 영남 당선인들이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보수 재건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까지 역임한 박수영 의원이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뚜벅뚜벅 전략, 또는 가랑비 전략으로 3%포인트만 가져오면 대선에 이긴다”는 안일한 생각을 보고 있으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렇게 ‘뚜벅뚜벅 전략’과 ‘가랑비 전략’을 내세우는 사람이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하여 낙선한 후 왜 21대 총선부터는 고향인 부산으로 낙향하여 여의도에 입성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울 노원을에 세 차례 출마하여 한 차례 당선되고 두 차례 낙선한 바 있는 권영진 당선인이나, 경기 수원정에 출마하여 한 차례 낙선한 바 있는 박수영 의원이 현재의 국민의힘 상황을 바라보는 한심한 태도를 지켜보고 있으면, “국민의힘이 정말 쇄신할 마음은 있기는 한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보수 재건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것처럼 국민의힘은 당 내외를 막론하고, 換骨奪胎(환골탈태) 할 수 있는 처방들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이 당 내외의 모든 쓴소리를 가감 없이 받아들여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때만이 2026년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2027년 21대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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