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국이다. 그야말로 정국이 五里霧中(오리무중)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집권여당도 거대 야당도 분열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27일 집권여당 당대표를 역임한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하여 개혁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고,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역임한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가칭)새로운 미래’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던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도 지난 10일 탈당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틀 후인 지난 12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전직 의원 2명이 주도하는 정치혁신포럼 ‘당신과 함께’와 ‘(가칭)미래대연합’ 창당을 선언했다. ‘(가칭)미래대연합’이 설 연휴 전까지 제3지대 세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플랫폼 정당’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여야 모두 그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필수조건은 바로 공천 잡음 최소화와 낙천자 달래기다. 더구나 여야 지지율이 비슷하고, 무당층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공천 잡음으로 인한 낙천자의 이탈은 바로 총선 패배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소야대 극복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이끌어 나가야 할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불공정 경선’이라든지 ‘낙하산 공천’이라는 공천 잡음이 제기되면 될수록 불과 86일밖에 남겨 놓지 않은 22대 총선에서의 승리는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이해할 수 없는 ‘꽃가마’ 인재영입을 통해 지역구 탈환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던 기존 후보들의 맥을 빼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윤석열 정부의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방문규 산업통상산업부장관·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기순 여성가족부차관을 인재영입 방식으로 ‘꽃가마’를 태워주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차관을 역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고 있는 후보들에게 인재영입이라는 ‘꽃가마’까지 태워주면, 경쟁 후보들에게는 출마를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비칠 수도 있다. 더구나 인재영입 대상자들의 전략공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지역에서는 기존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과 지지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을 하고 있던 사람들을 국민의힘이 인재영입이라는 명목으로 ‘꽃가마’를 태워주는 행태는 국민들을 우습게 알고 있는 처사로 보일 확률이 높다. 만약, 전직 장·차관을 인재영입 방식으로 ‘꽃가마’를 태워주려면, 문재인 정부나 노무현 정부 등 진보정권에서 소신 행보를 보인 장·차관을 영입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나 노무현 정부 등 진보정권에서 소신 행보를 보인 장·차관을 영입했다면, 많은 국민들도 국민의힘의 인재영입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 윤석열 정부에서 장·차관을 했던 사람들을 인재영입이라는 모양새를 갖춰 모셔온다는 것은 그들에게 공천을 주고 싶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구나 충남 천안을 출마를 선언한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경우는 기존에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뛰고 있는 중인데, 나머지 3명의 장·차관과 함께 인재영입이라는 ‘꽃가마’까지 태워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런 행태에 천안을 당협위원장으로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경선에서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이정만 예비후보의 반발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11일 이정만 예비후보의 기자회견에는 대다수 광역의원·기초의원 및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천안병 지역의 광역의원까지 참석하여 낙하산 공천을 반대하는 천안지역 민심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천안지역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성현 충남도의회 제2부의장의 일갈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반드시 새겨들어야만 할 것 같다. 홍성현 부의장은 지난 6일 이정만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통해 “서울에서 갑자기 내려온 분이 출판기념회 덕담해달라고 전화가 와서 ‘나는 당신 얼굴도 모르고, 천안은 만만하지 않다’고 거절했다”면서 “선거 때만 되면 서울에서 자꾸 누가 내려온다”며 “공정한 경선과 경쟁이 없다면 국민의힘은 천안 전체에서 한 석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는 강한 문제 제기를 한 바 있으며, 이틀 후인 지난 8일 이창수 천안병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도 “총선의 승리를 위해 치열한 경쟁과 공정한 경선이 중요하다”면서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인물들을 활용해 결집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무릇 총선을 앞둔 인재영입이라면, 전문가로서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고, 참신함이 기본적인 전제조건으로 깔려 있어야만 한다. 지난 8일 국민의힘이 인재영입 대상자로 발표한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의 경우는 두 번째 평교사 출신 회장이자 첫 초등교사 출신으로서 한국교총 회장이라는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의 장·차관 인재영입은 정도가 지나친 過猶不及(과유불급)이 아닌가 싶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앞으로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공천’이라든지 ‘私薦(사천)’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시스템 공천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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