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압도적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진행했다. 이재명 대표의 의중 즉, ‘明心(명심)’에 따라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물론 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에서조차 당내 최다선으로 6선에 성공한 추미애 당선인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가 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는 압도적 지지로 선출될 것으로 보였던 추미애 당선인이 아닌 5선에 성공한 ‘민평련계 좌장’인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는 대이변이 벌어졌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추미애 당선인의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어느 정도로 확신했느냐면, 한 일간지에서는 신문 1면 톱기사로 추미애 당선인의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보도했다가 부랴부랴 판을 바꾸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2일 ‘친명 좌장’으로 통하는 정성호 의원이 갑작스럽게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같은 날 추미애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당내 최다선에 오른 조정식 의원조차 추미애 당선인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추미애 후보께서 저와 함께 최다선이지만,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며 국회의장 후보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미애 당선인의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추미애 당선인으로 귀결되던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明心(명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출마를 위해 출마 기자회견까지 준비했다가 출마를 철회한 당선인이나, 출마 기자회견까지 마치고도 돌연 출마를 포기하는 당선인의 모습에 많은 당선인들은 상당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3일 단독 후보로 출마하여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찬대 의원의 선출 당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많은 당선인들은 지난 16일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는 비록 選數(선수)는 낮지만, 우원식 의원에게 기꺼이 한 표를 던지며 ‘강성 팬덤’에 휘둘리는 이재명 대표와는 달리 헌법기관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이유는 ‘明心(명심)‘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개입하는 여러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많은 당선인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22대 총선 공천 이전과는 달리 많은 당선인들이 이제야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직후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민주당에 남은 비명계, ‘수박’을 색출해야 한다”거나, “(우원식 의원을 지지한) 89명을 찾아내야 한다” 등의 강성 당원들 댓글이 줄을 잇고 있으며, 탈당 러시라는 후폭풍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결과는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 완성을 위한 무리수에 기인한 것이며, ‘강성 팬덤’의 눈치 보기에만 여념이 없는 이재명 대표의 自業自得(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 제1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처럼 강성 지지층의 입김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게 된다면, 의회민주주의는 요원할 수밖에 없고, 정권탈환 역시 점점 더 멀어져 갈 것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 압승이 국민들의 절대 지지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진보진영 최초로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했던 지난 17대 국회 당시 소위 ‘黨揭浪人(당게낭인)’들에게 열린우리당 홈페이지가 좌지우지되면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점을 교훈 삼아 ‘강성 팬덤’의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는 과감하게 손절하는 책임 있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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