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온통 22대 총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박범인 금산군수의 행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언론에 대한 재갈물리기를 시작으로 里長(이장) 임명 문제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는 결정 장애와 ‘모르쇠 행정’으로 일관하던 박범인 군수가 이제는 ‘막무가내 행정’이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될 것 같다. 금산군에서 공직에 입문하여 지방행정사무관으로서 금산군 기획정보실장과 금산군 문화공보관광과장을 거쳐 민선 5기 안희정 충남도정에서 지방부이사관인 농정국장까지 지내는 등 30여 년 넘는 기간 동안 공직을 수행한 박범인 군수가 지난 2022년 7월 1일 민선 8기 금산군수로 취임하여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는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금산군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별정직 6급 상당의 A씨를 지난해 10월 31일자로 의원면직 처리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금산군청 안뜰에서 ‘월영산 출렁다리 안전진단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 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으며, A씨와 B 기자는 서로 폭행 피해를 주장하며 맞고소하였고, B 기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가운데, A씨는 지난해 11월 24일 벌금형이 선고된 바 있다.

지방공무원법 제69조의4(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의 징계사유 확인 및 퇴직 제한 등)가 “비위(非違)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조사 및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는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30여 년 이상 공직자로서 충남도 농정국장까지 역임한 박범인 군수가 A씨의 의원면직 처리에 딱 하니 서명을 해버렸다. A씨는 지난해 10월 20일 금산군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금산군은 엿새 뒤인 지난 10월 26일 검찰로부터 A씨가 폭행 혐의로 수사 중인 사실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금산군은 검찰의 수사 사실 통보에도 아랑곳없이 나흘 뒤인 지난해 10월 30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박범인 군수는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31일 A씨에 대한 의원면직을 최종 승인했다. A씨에 대한 면직 처리는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제3조(수사기관이 통보한 지방공무원 범죄사건 처리기준)에 따라 수사 또는 기소 결과에 따라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박범인 군수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몰라도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인사위원회를 소집하여 A씨에 대한 면직 처리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A씨에 대한 법원 선고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난해 11월 24일 내려진 것에 비추어보면, 금산군의 A씨에 대한 속전속결 의원면직 처리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금산군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취재한 기자에게 “임의로 판단하기 곤란해서 군 감사실에 상해와 관련한 선례를 확인했고, 이를 부쳐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면서 “그동안의 선례를 참고할 때 상해는 경징계 사안으로 판단됐다”며 “경징계는 퇴직 제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공공기관인 금산군청이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A씨의 의원면직을 처리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특히, 공공기관인 금산군청마저 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안조차 준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군민들에게 법을 지켜야 한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 금산군이 군민들에게 법 규정 준수를 외친다면,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A씨는 지난해 9월 금산군 표장과 인삼축제 디자인을 도용한 골프공 상품세트를 제작·배포하여 박범인 군수를 비롯한 금산군 관계자들을 곤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박범인 군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A씨의 금산군 표장과 인삼축제 디자인 도용을 袖手傍觀(수수방관)한 사안과 관련하여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으로 현재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이 제출된 상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시절 ‘3농 혁신’의 기틀을 마련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행정전문가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박범인 군수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특히, 박범인 군수는 정년을 6년이나 남겨 놓은 시점인 지난 2014년 1월 과감하게 명예퇴직을 신청한 후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당선자와 불과 1.31%p 차이로 惜敗(석패)하는 시련을 거쳐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리턴매치를 통해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문정우 군수를 12.95%p 차이로 크게 따돌리고 당선되며 군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처럼 박범인 군수의 민선 8기 금산군정은 자신이 직업공무원 당시의 명성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박범인 군수가 2년 남짓 남아 있는 금산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결정 장애와 ‘모르쇠 행정’ 그리고 ‘막무가내 행정’에서 벗어나 ‘3농 혁신’의 기틀을 마련할 때처럼 행정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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