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2대 총선이 불과 128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소야대 극복을 통해 안정적 국정운영을 도모하려는 국민의힘 vs 여소야대 지속을 통한 윤석열 정부의 견제로 정권탈환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22대 총선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명운이 달려 있기 때문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乾坤一擲(건곤일척) 승부를 앞두고 있다. 특히,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막혀 제대로 된 국정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집권여당의 내년 22대 총선 승리가 정권의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민심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번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서도 탈당의 계절이 到來(도래)한 것 같다. 대전 유성구을에서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상민 의원이 하루 전날인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탈당을 선언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자로 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고 운을 뗀 후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있지만 한편 홀가분하다”면서 “민주당을 민심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세움과 동시에 저의 정치적 꿈을 펼치고자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사당화·개딸당으로 변질돼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만연됐다”고 비판하며 자신의 탈당이 이재명 대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변명만을 늘어놓았다.

이상민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라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는 향후 거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지역 정가에서는 시중에 떠도는 국민의힘 입당설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상민 의원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지만, 이상민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미 터져 나오고 있다. 오는 6일 오후 2시 이상민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는 ‘이상민 의원 규탄 및 국민의힘 입당 불허 시원 및 기자회견’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이상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을 담고 있을 당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향한 비난과 발목잡기가 얼마나 심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이 변경되기 전인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이상민 의원이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재임 당시에는 법안 부의를 거부하여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적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이상민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잦은 당적 변경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치러진 선거에서도 대전지역 나머지 5개 지역구의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2위 후보와 최소 10.05%p에서 최대 28.78%p 격차로 당선되었지만, 2위 후보와 불과 4.48%p 차이로 辛勝(신승)을 거두며 여의도에 입성한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음주운전 경력으로 인해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열린우리당과는 전혀 이질적인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재선에 성공하고,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몰락해 가는 자유선진당 탈당 및 민주통합당 복당을 통해 3선에 성공하여 국회의 상원으로 통하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까지 꿰차게 된다. 오죽했으면 당시 이회창 총재가 이상민 의원의 자유선진당 탈당 및 민주통합당 복당과 관련하여 “자신을 살려준 정당에 대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격노한 일화는 익히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이상민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의 공천으로 4선을 지내며 16년 동안 당의 큰 혜택을 받아온 인물이다. 이랬던 이상민 의원이 비명계 의원 4명이 주축이 되어 이재명 대표 체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출범시킨 ‘원칙과 상식’을 뒤로하고 탈당을 강행한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할 일이다.

더구나 이상민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이 현실화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정치가 희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상민 의원이 단 한 차례도 여의도에 입성한 적이 없다면, 백번 양보하여 여의도에 입성하기 위해 당적을 변경하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차례의 당적 변경을 통해 다섯 차례나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던 사람이 다시 한 번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과 전혀 다른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상민 의원이 한 차례 더 국회의원을 하고 싶다면, 무소속으로 당당하게 지난 20년 동안의 의정활동을 평가받아야만 한다.

아울러 지난달 9일 국민의힘으로 흡수합당된 조정훈 의원은 11월 1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이상민, FA 나오면 대어...국힘으로 비싸게 모셔와야”라는 환영 입장을 보였는데,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더구나 국민의힘과의 합당 서류에 잉크도 안 마른 조정훈 의원이 이상민 의원을 ‘대어’로 평가하면서 국민의힘 입당을 환영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 국민의힘을 지켜온 당원들에게 예의도 아니며 나가도 너무 나간 일이다.

국민의힘이 이상민 의원을 굳이 영입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국민의힘의 이상민 의원 영입은 정치의 희화화와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가중시켜 내년 22대 총선에서의 승리는 고사하고, 결국 得(득)보다는 失(실)이 많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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