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월은 겨울이 갔다는 안도감 보다 따듯한 봄이 어느새 성큼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으로 탄성이 절로 나는 계절이다.
여기 저기 곳곳에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새싹과 자연이 내는 새 생명의 소리는 참으로 ‘신의 영역’이랄 수밖에 감히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더없이 경외스럽다.
이제 산에 들에 봉긋하게 솟아 오른 개나리와 진달래가 봄바람과 함께 우리에게 신묘한 설레임과 그리움을 함께 실어다 주면 그 신의 영역은 고스란히 인간의 영역이 되어 있으리.
독자들께서는 새꼼맞게 웬 꽃 타령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이번 대선을 통해 큰 틀에서 민주주의의 꽃인 대통령 선거를 대과 없이 치러내는 국민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을 선순위에 놓아주길 바란다.
그렇기에 이참에 제발 나 좀 보아 달라고 까치발을 하고 있는 하얀 목련꽃 몽우리라도 일찍 꺾어 국민들께 선사하면 어떨까 싶어진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청와대 손님에서 주인으로’ .
그의 위상이 180도 달라진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 그가 지난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 받은 지 불과 2년 8개월 만에 청와대의 새 주인으로 인왕산자락에 둥지를 틀게 됐다.
이쯤이면 참으로 ‘정치란 알 수 없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당시 윤 당선자는 임명장을 받은 후 “검찰권도 국가권력과 마찬가지로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만큼 국민들을 잘 받들고 국민의 입장에서 고쳐나가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부디 그 일성(一聲)이 오는 5월 대통령직에 올라서도 변치 말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쟁점은 ‘정치교체’대 ‘정권교체’였다. 그것이 정치든 정권이든 변화와 개혁이 강조된 어휘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애틋한 마음을 담아 아낌없는 축하와 당부를 보낸다.
윤 당선자가 얻은 표는 48%대 수준으로, 이 말은 거꾸로 국민 절반이 넘는 52%에 이르는 절대다수의 유권자들이 그를 반대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어쩌면 축하보다 당부의 소리가 좀 더 커지는 것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윤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제시한 공약은 물론,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바람을 국정에 적극 반영해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일소(一掃)하고 국민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해 줬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주장했던 ‘정권교체’를 넘어 한반도에 드리워진 ‘민족화합’이라는 아젠다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표출된 동서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밑그림부터 국민여론을 가감없이 수용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국민들은 그가 제발 권력의 속성에 빠지지 말았으면 하는 걱정이 있다. 그가 권력기관에 속해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날 권력을 잡기 전과 잡은 후가 너무나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선의 기쁨에 앞서 무언가 얻었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새겨 주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이번 선거의 승자인 윤 당선자의 눈에는 이 봄, 이 새 아침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 있을까.
바쁘겠지만 이 찬란한 새봄에 패자에게는 진심이 담긴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우주(宇宙)인 ‘국민’과 소우주인 ‘나’를 진정으로 들여다 보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태주 시인은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라는 제하의 시집(詩集)에서 이렇게 나부끼듯 쓰고 있다.
가지 말라는 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라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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