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4월은 ‘잔인한 계절’이 아닌 ‘분별의 계절’이다.대체로 우린 일상에 지쳐 살지만 이맘때 쯤 되면 어쩌면 만물이 어김없이 저마다 분수에 맞게 자신을 척척 피워 올리는지, 그 경외감은 그 어떤 표현으로도 부족함을 느낀다.좀 더 나의 걸어온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심지어 바람마저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우리 부족한 마음을 보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해마다 만나는 푸르름은 신이 내려준 축복이다.아마도 우리가 찬란하다고 얘기하는 ‘생동’은 곳곳으로 넘쳐흘러 마음을 부풀게 한다. 또한 그 생동은 한없는 푸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18대 총선 공천 당시, 친박계로 분류된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해 ‘공천학살’이란 말이 회자됐다.오죽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울분을 토했을 정도의 ‘몰살(沒殺)’에 가까웠다. 이뿐만 아니라 사실 우리 정당사에서 각종 선거를 앞두고 자행된 공천과 관련된 질곡은 여야를 뛰어넘는 왜곡과 굴절의 역사였다.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국민의힘 공관위의 대전시장 유력 예비후보 컷오프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하기 힘든 폭거가 아닐 수 없다.이제 자신들이 곧 권력을 쥐게 될 예
필자가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80년대 후반쯤이었을까.취중에 선배로부터 ‘하늘에서는 파일럿, 바다에서는 마도로스, 땅에서는 기자’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기자’는 ‘무관(無冠)의 제왕(帝王)’이라는 취지였다.당시엔 언론의 막강한 힘과 책임을 미처 깨닫지 못하던 때였다. 기자는 펜 한 자루를 들고 시대의 어둠을 고발하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는 그 후로 한참이 지나서였다.어쩌면 요즘처럼 기자가 흔해진 세상에서는 이 말이 지나친 수사(修辭)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우리의 일부 기자들은 ‘
지난 2013년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장.당시 법사위 소속이던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장이던 윤석열을 증인으로 불러세워 놓고 이렇게 물었다. 당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둘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때였다.“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 당선인은 이렇게 답했다."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을 사랑한다’는 이 두 문장이 결과적으로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 윤석열'로 만들었다. 26년간 검사 외길을 걸었던 그의 ‘사랑학 개론’이다.이른바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과거 한반도에는 전국 어디서든지 호랑이가 출몰할 만큼 그 수가 많았다. 오죽하면 외진 산골에서 호랑이로 인해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호환(虎患)’이라 불렀을까 싶다.호랑이는 착한 사람에게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이가 지나갈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그를 사납게 노려보며 포효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곳곳에 남아 있다.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여전히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획정과 선거구제가 마냥 미뤄지면서 여러
가만히 되짚어보자.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1년 3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직을 던져 버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끊없이 정치권에 일종의 ‘신호’를 보냈다.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아마도 이때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대선 로드맵’이 그려졌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당시 윤 당선인이 처음 만난 ‘국힘’ 관계자는 정진석 의원이었다. 정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는 윤 당선인 부친의 고향이자 집안인 파평 윤씨 집성촌이 있는 지역이기에 각별한 인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왔다.오래전 북적이는 대전 도심을 떠나 충남 공주와 청양, 대천항 부둣가를 스치듯 거쳐 서해 끝 섬 외연도행 연락선에 몸을 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두어시간 배를 타고 가다가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불쑥 솟아오른 외연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참으로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 탄성이 절로 나왔었다.주위에 횡견도와 대청도, 오도, 수도, 황도 등 자그마한 섬들이 마치 사열을 받듯 줄지어 있어 ‘외연열도’라는 고혹적인 이름을 얻은 곳을 지나 만나는 외로운 섬, 외연도.좀 더 날씨가 풀려 꽃 문이 열리면 따로
우리 인디언 말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백인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풀을 잡초라고 부르지요/ 이 세상에 잡초라는 말은 없습니다/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없습니다/ 모든 풀은 존중되어야 합니다.세상에 꽤 알려진 인디언 잠언(箴言)이다.하찮은 풀조차도 각각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뜻의 경구(警句)로 읽히지만 우리는 그동안 내게 불필요한 것들을 일컬어 ‘풀’ 혹은 잡초라고 부르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인디언사회에서는 실제로 ‘잡초’라는 말이 없다고 한다. 식물과 잡초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식물과 동물 모두
이제 3월은 겨울이 갔다는 안도감 보다 따듯한 봄이 어느새 성큼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으로 탄성이 절로 나는 계절이다.여기 저기 곳곳에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새싹과 자연이 내는 새 생명의 소리는 참으로 ‘신의 영역’이랄 수밖에 감히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더없이 경외스럽다.이제 산에 들에 봉긋하게 솟아 오른 개나리와 진달래가 봄바람과 함께 우리에게 신묘한 설레임과 그리움을 함께 실어다 주면 그 신의 영역은 고스란히 인간의 영역이 되어 있으리.독자들께서는 새꼼맞게 웬 꽃 타령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이번 대선을
눈 내리는 만경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눅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안도현 시인의 등단작인 ‘서울로 가는 전봉준’의 일부다.시인은 이 시를 쓰면서 전봉준 장군의 모습 중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한컷인 상투 머리인 채 일본군에 체포돼 압송되는 장면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청일전쟁 와중에 동학혁명을 이끈 것이 화근이 돼 붙잡힌 전봉준 장군은 사진에서 가마를 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촛불 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제 다음 정부를 이끌어 갈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 대통령 업적에 대한 평가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사실 임기 말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40% 중반을 넘나드는 역대급 호감도는 그의 공약 실천 여부와 관계없이 도덕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그러니까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를 제외하면 정권 인사 중에 이른바 ‘게이트’로 불린 만한 사건이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일 텐데 어찌 보면 그나마 ‘운 좋은 대통령’이 아닌
여·야가 오는 4,5일 실시되는 제20대 대선 사전투표에 ‘올인’하는 분위기다.먼저 아주 쉬운 질문을 하나 해보자.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장·군수, 지방의원은 누가 만드는가?그 답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당연히 ‘국민’이지 않겠는가.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니다.단지 ‘국민’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표하는 국민'이 만든다는 표현이 적확하겠다.그야말로 대선이 사전투표 열풍이다.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 후보 진영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오는 9일 본투표에 앞서 사전투표 독려에 총력을
‘묘항현령’(猫項懸鈴).우리는 흔히 실행에도 옮기지 못할 일을 공연히 논의한다는 상황을 빗대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쥐이기 때문인데 그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는가.지난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올해로 32년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단체장을 지방의회에서 뽑자고 하는 이른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사실상 ‘간선제’인 행안부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2020년 국회를 통과한 ‘지
따지고 보면 어느 시대건 국민욕구를 온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에 따라 국민의 요구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크기만큼 경쟁도 자연스럽게 치열해져 왔다고 볼 수 있다.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과 세종, 충남·북을 아우르는 ‘충청권메가시티’에 대한 지역민들의 요구가 여야 유력 후보 간 공약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관심사다.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앞으로 광역권 발전계획 수립과 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는 했으나 여러 미비점이 노출되
좀 삭막하다 그럴지 모르겠지만 정치칼럼을 쓰다보면 정치에 있어 과연 ‘투쟁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사실 인류역사는 투쟁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한계를 간단없이 넘나들었기에 더욱 그렇다.그 속에서 늘 영웅이 나왔고 그 영웅은 그때마다 견강부회하며 역사와 맞서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그 ‘투쟁’이라는 놈은 카멜레온에 가깝다.‘밀’(John Stuart Mill)의 ‘자유론’에 보면 인류역사에 있어 투쟁에는 3가지 형태가 있다고 쓰고 있다.그 하나는 인간과 자연과의 투쟁이고, 둘째는 인
평범한 이웃의 숨겨진 정보나 그들의 이야기를 배우 김영철의 여정을 통해 재발견하고 알려주는 KBS의 도시기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서는 김영철씨가 동네 칼국수집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길에 발길을 돌려 시장에서 ‘빨강 목도리’를 사들고 다시 그 칼국수집을 방문해 주인할머니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배우의 노모를 향한 인간적인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훈훈한 장면인 데다 평소 굵직굵직한 선으로 연기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중견배우이기에 그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뉴스티앤티 집필에 앞서 필자는 그동안 중도 진보를 표방하는 글을 줄곧 견지했음을 자임한다.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 분들도 중도 진보를 지향하지 않을까하는 자신감으로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왔다.정치부 기자시절 많은 이들로부터 '허구한 날 왜 비판적인 기사만 쓰느냐'며 마뜩치 않은 시선이 많았으나 그때마다 내 자신의 대답은 이랬다.'세상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둘러댔다.그저 필자의 글이 퇴근길 술자리의 안주거리가 되면하는 바람으로 씨줄과 날줄을 엮어 '세상'이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