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디언 말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백인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풀을 잡초라고 부르지요/ 이 세상에 잡초라는 말은 없습니다/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없습니다/ 모든 풀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세상에 꽤 알려진 인디언 잠언(箴言)이다.

하찮은 풀조차도 각각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뜻의 경구(警句)로 읽히지만 우리는 그동안 내게 불필요한 것들을 일컬어 ‘풀’ 혹은 잡초라고 부르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인디언사회에서는 실제로 ‘잡초’라는 말이 없다고 한다. 식물과 잡초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식물과 동물 모두 자신만의 영혼을 가지고 있고 각기 존재 이유가 있는 생명체로 여긴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기준으로 볼 때 잡초는 그냥 쓸데 없고 관심없는 ‘풀’로 다뤄 왔다.

 

한기원 편집위원
한기원 편집위원

대선은 끝났지만 전국이 그 후유증으로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에게 표를 주지 않은 국민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뉴스를 극도로 멀리하는가 하면, 심지어 TV를 박살낸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그 좌절감이 애련하다.

선거 때마다 내가 찍은 후보가 모두 당선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번 대선은 그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유독 많은 것 같아 가슴이 쓰리다.

정치인들은 그까짓 진영논리가 뭐라고 선거 때만 되면 국민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그들의 요구에 순응하는지 대략난감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좁은 나라에서 도대체 진영이 뭐길래 위정자들은 국민들에게 지역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지 답답하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가 광주·전남에서 각각 84.82%와 86.40%의 득표율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윤 당선인이 야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각각 75.14%와 72.76%의 득표율을 보인 것은 보수와 진보 간 진영갈등의 결정판이다.

이같은 영호남의 극명한 표 갈림 현상은 결국 단순한 지역감정을 넘어 정치인들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 분열의 빌미를 노골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어디 이 뿐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계층 간 갈등으로 인한 특정 후보 배제 현상은 더 심각하지 않은가.

이를 치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과 노력이 꼭 필요하다. 적어도 정치분야에 국한시킨다는 전제하에 이참에 ‘정치평준화’를 이뤄 골 깊은 남남갈등의 ‘싹’을 없애야 한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정치인들이 국민인 ‘민초’(民草)를 이간질하고 둘로 갈라놓은 것은 미증유(未曾有)의 일이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대부터 기인됐으니 그 뿌리가 깊어도 너무 깊다.

정치야! 너는 왜 국민을 파란색과 빵강색으로 나눠 국민을 ‘궁민’(窮民)으로 만드느냐? 아직도 ‘민심난독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정치, 대체 넌 누구냐?

윤 당선자가 취임 일성으로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힌 것에 기대를 걸어 본다. 역대 정부 모두가 실패한 국민통합을 윤 당선자 만큼은 꼭 이뤄내길 소망한다.

어제 모처럼 ‘나를 울려주는 봄비’가 대지를 적셨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잡초나부랭이’로 여기지 않도록 정치권의 좀 더 통렬한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정치가 진영을 극복하고 선거로 인해 건조해진 국민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길 바란다.

무릇 이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