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청와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 보수와 진보언론 대부분이 윤당선인의 결정에 무리가 있다는 사설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국방부, 합참 등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들을 정부 출범까지 두 달도 안 남은 기간에  이전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라며 “일정 기간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도 유감이다. 당선인은 그런 절차를 거쳐봐도 이번과 다른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설사 그렇더라도 중대한 국가 시스템을 변경하면서, 더구나 국민 소통을 명분으로 내걸었다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극복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이번 결정은 무리해 보이는 점이 적지 않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현 청와대 일부를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 등 속도조절론이 있었다.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청와대 이전이 바늘허리에 실 매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고 일갈했다.

경향신문은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비행금지구역과 대공방어 체계를 다시 조정해야 하며, 국방부·합참·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갑작스러운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정권 이양기에 국론까지 분열된 난제가 돌출했다. 1차적 책임은 숙의·소통이 부족한 채 50일 만에 청와대를 옮기려 한 윤 당선인에게 있다. 인수위 시기에 50% 아래로 떨어진 윤 당선인의 국정 기대 여론조사도 그 영향일 수 있다. 원활한 국정 인수인계를 위해서는 손바닥을 마주쳐야 한다. 청와대 이전 갈등이 안보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화로 해법을 찾기 바란다”고 적었다.

한겨레는 “이런 졸속과 부실을 뻔히 보면서도 단지 당선자가 결정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직 대통령의 직무 유기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엔에스시의 의견 표명을 신구 정권 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윤 당선자 쪽에선 새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상식 밖이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윤 당선자가 국가 중대사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당선자 측근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당선자를 말리기는커녕 “결단” “위업”으로 포장하고 감싸기에 급급한 탓도 크다“고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이하경 주필의 칼럼을 통해 “통념을 부순 파천황(破天荒)의 경로로 자신을 불러낸 역사의 소명에 응답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시대착오적 위계의 정점에서 스스로 내려와 ‘제1 시민’이 되려는 것이다. 이전지를 발표할 때 참모 뒤에 숨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했다. 저 광장의 환희와 통곡을 추상적 풍경이 아닌 살아 있는 몸의 구체성으로 감각하겠다는 리얼리스트의 각오가 보인다”고 용산이전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윤 당선인이 집무실 문제로 취임도 하기 전에 국민통합은 커녕 국민분열로 찢어진 민심을 과연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참으로 걱정이다. 대체로 국민들은 취임 뒤 충분한 여론수렴과 검토를 거쳐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집무실 이전에 공감하는 분위기인데도 신·구 권력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으니 이를 지켜 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국정의 심장부를 상징하는 대통령 집무실을 취임 전에 이전하는 것은 아무리봐도 무리가 있다. 결코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지경이다. 지난 대선기간 갈라진 진보·보수간 앙금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집무실 문제로 또다시 이들을 충돌시킨다면 진영 간 반목과 증오의 대립을 겉잡을 수 없이 격화시킬 수 있기에 청와대와 당선인측의 긴밀하고도 신속한 소통이 절실하다. 이제 좀 국민을 쉬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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