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20대 대선이 불과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20대 대선일 전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지냐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7일 진행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의 내용을 곱씹어보면, 야권 단일화는 요원한 상황이고,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야권 단일화가 결렬됐다는 소식과 맞물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초접전이라는 보도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의 여론조사에서 추월을 허용하지 않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초접전이라는 보도에 분통이 터지겠지만, 현재 상황이 여야의 초접전 양상으로 뚜껑을 열어봐야 최종 승자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은 1987년 6.10 항쟁으로 일구어 낸 직선제 개헌에서 김영삼·김대중 양김의 분열로 인해 합법적으로 군사정권의 연장을 초래하는 모습을 목도한 바 있다. 특히, 당시 김대중 후보는 야권 분열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4자 필승론’을 근거로 들고 나오면서 당선을 자신했지만, 결국 김영삼 후보에게도 224,206표(0.9%p) 차이로 뒤지며 3위에 머무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훗날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15대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2010년 발간된 자신의 자서전에서 “나라도 (김영삼 후보에게) 양보를 했어야 했다. 지난 일이지만 너무도 후회스럽다.”고 회고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인들의 욕심으로 인해 대한민국 역사를 굴곡지게 만든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김영삼·김대중 후보 단일화 실패다.

김영삼·김대중 단일화 못지않게 보수진영 지지자들에게는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서 두 차례나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고 대권 문턱에 다가섰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난 21일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이 눈가에서 아른거릴 것 같다. 이 전 총재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일단) 대통령이 돼야만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단일화를 안해) 1%든 2%든 3%든 그런 차이로 떨어지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윤석열·안철수 양측의 단일화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서 DJP연합에 의한 단일화로 인해 불과 1.53%p 차이로 惜敗(석패)한 바 있고,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2.33%p 차이로 패배한 바 있는 이 전 총재는 누구보다도 단일화의 위력을 가장 강하게 실감한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이 전 총재가 윤·안 단일화를 촉구하는 이면에는 정권교체는 시대적 사명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깨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1987년 분열됐던 양김 단일화 실패가 연상되고,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서 자만했던 이회창 전 총재의 패배가 떠오르기 때문에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도 따질 것도 없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닥치고 단일화’가 정답이다. 여론조사든 뭐든 무슨 일이 있어도 단일화를 이루어내야만 한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비율이 정권연장 비율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안 단일화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사실을 양 후보들과 양 후보들의 측근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명심해야만 한다. 만약 윤·안 단일화 실패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윤·안 후보는 물론이고, 윤·안 후보 측에 몸담았던 모든 인사들이 두고두고 역사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만 한다.

독립운동을 위해 한평생 해외를 떠돌다 고국에 돌아온 이승만 대통령이 귀국 일성으로 내 뱉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절처럼 지금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는 “단일화하면 살고, 단일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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