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원 편집위원
한기원 편집위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왔다.

오래전 북적이는 대전 도심을 떠나 충남 공주와 청양, 대천항 부둣가를 스치듯 거쳐 서해 끝 섬 외연도행 연락선에 몸을 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외연도 전경 / 보령시 홈페이지 캡처
외연도 전경 / 보령시 홈페이지 캡처

두어시간 배를 타고 가다가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불쑥 솟아오른 외연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참으로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 탄성이 절로 나왔었다.

주위에 횡견도와 대청도, 오도, 수도, 황도 등 자그마한 섬들이 마치 사열을 받듯 줄지어 있어 ‘외연열도’라는 고혹적인 이름을 얻은 곳을 지나 만나는 외로운 섬, 외연도.

좀 더 날씨가 풀려 꽃 문이 열리면 따로 시간을 내어 외연에 닿고 싶다.

해무(海霧)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온통 신비로 둘러싸인 고도(孤島)를 만나보고 싶다.

세상의 온갖 잡스러운 소문들을 뒤로하고 잠시 숨듯이 그 섬에 들어서고 싶다.

크지 않은 섬이지만 바다에서 곧바로 솟아오른 세 개의 산이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어 비경(祕境)을 더해준다는 섬 아니던가.

 

외연도 / 보령시 홈페이지 캡처
외연도 / 보령시 홈페이지 캡처

나무 이름과 꽃 이름이 빼곡히 담겨 있는 식물도감도 함께 가져가 당산(堂山)길 후박나무와 동백을 지나 둔나무, 붉가시나무 등 상록수림을 만나 함께 인사를 건네고 이름 모를 나무와 꽃도 하나하나 찾아내 그 이름을 여러 번 불러 주고 싶다.

바다거울이 온통 섬으로 거꾸로 올라와 되레 외연의 속살을 비추는 그 산, 참으로 맑고 푸른 외연의 산중 운무속으로 홀연히 들어가 그 옛날 이 섬에 정착해 살았다는 중국 제나라 장수 전횡(田橫) 장군을 만나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도 좀 들어보리.

무엇보다 나는 외연의 상록수림 안에 숨어 있는 ‘연리지’(連理枝)라 불리는 두 그루의 동백을 앞에 두고 ‘사랑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연유에 대해서도 흉금 없이 물어보며 귀 기울이리.

내려오는 길에는 예사롭지 않아 눈길을 사로잡는 독수리 바위와 병풍바위에도 차례로 옮겨 앉아 꼭 다시 찾아오겠노라고 다짐도 하고 싶다.

 

외연도 / 보령시 홈페이지 캡처
외연도 / 보령시 홈페이지 캡처

해질녘 기암괴석을 넘어 수평선으로 자꾸만 뛰어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취해도 보고, 혼곤(昏困)속에 자꾸만 웅얼거리는 밤바다를 그 자리에 주저앉힌 채 내 애수(哀愁)에 찬 눈망울을 보태고 싶다.

끝없이 펼쳐진 외연의 바닷가에서, 외연의 바람과 함께, 외연의 햇빛을 받으며 외연의 수군거림 속에, 외연의 바람 소리처럼 웃으며 한나절 나부끼다 오고 싶다.

아! 외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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