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김규완 논설실장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재구성한 ‘읽씹’ 사건을 공개한 이후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는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날 정도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친윤 후보로 알려진 원희룡 후보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과 관련하여 한동훈 후보를 향해 “문자를 공개하거나 사과하라”는 등 연일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으며, 나경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의 행위를 ‘사실상 해당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윤상현 후보 역시 한동훈 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하며, 7.23 전당대회 이전 22대 총선 백서 발간에 대한 입장 표명도 촉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한동훈 후보는 3면 초가에 빠진 상태로 여섯 차례 진행되는 방송토론회에서 나머지 3명의 후보들 공세를 막기에도 버거울 전망이다. 더구나 일부 원외당협위원장들의 한동훈 후보 사퇴 촉구 연판장 추진과 관련하여 원희룡 후보 vs 한동훈 후보 측근 인사인 김종혁 조직부총장이 진실공방까지 벌이면서 당 내홍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도 당권 투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자들의 속내는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도 나경원 후보를 주저앉히기 위해 자행되었던 연판장은 분명히 대통령실과 친윤들의 폭거가 분명했지만, 이번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당 내홍은 누가 뭐라 해도 한동훈 후보의 명분 없는 출마에 기인한다. ‘패장은 말이 없다’는 말처럼 22대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사람이 불과 3개월 남짓 지난 시점에서 다시 당대표에 도전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명분을 중시하는 보수정당 역사상 이런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 확보도 불가능하다는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박근혜 대표가 원내 121석을 거두는 선전에 힘입어 3개월 후에 치러진 7.19 전당대회에 출마하여 다시 당대표로 선출된 적은 있다. 그러나 탄핵과 같은 후폭풍이 없는 상황에서 괴멸적인 패배를 당한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 3개월 남짓 만에 당대표에 도전하는 행태는 국민의힘 당원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전혀 명분이 없는 것 같다.
한동훈 후보가 22대 총선에서 괴멸적 패배를 당한 국민의힘을 살리고, 보수정당을 재정비하여 民心(민심)을 국민의힘에 돌아오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2027년 21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초강수를 던진 후 당대표에 출마했어야만 한다. 그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면, 한동훈 후보의 당대표 출마를 바라보는 당원들이나 국민들의 시선은 누구 할 것 없이 꿀이 뚝뚝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한동훈 후보의 행보는 21대 대선 불출마는 고사하고, 21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만 보이는 것 같다.
이번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어야 할 당대표는 한동훈 후보와 같은 대권주자가 아닌 국민의힘을 획기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책사형 당대표여야만 한다. 우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 중 21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충북 영동 출신의 나경원 후보와 충남 청양 출신의 윤상현 후보 단 2명 뿐이며, 공교롭게도 21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후보와 윤상현 후보만 5선 중진의 원내 인사다. 원내 인사인 나경원 후보나 윤상현 후보가 원외 인사인 원희룡 후보나 한동훈 후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21대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윤상현 후보의 경우는 친윤계의 공천 탈락이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지속적으로 주창한 바 있으며, 실제 윤상현 의원의 주장처럼 국민의힘은 서울·경기·인천 122개 지역구 중 단 19석을 얻는데 그치고 말았다. 더구나 윤상현 후보는 당대표 후보 4명 중 유일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서 자유로운 인물이며, 박근계 전 대통령의 사람이었다는 이유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에서 연거푸 공천에 탈락했지만, 험지인 지역구에서 무소속 후보로 두 차례 당선되어 여의도로 生還(생환)하는 기염을 토해내는 저력을 뽐내며 수도권 내리 5선 의원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윤상현 후보는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동일 지역 동일 선거구 3회 이상 낙선자 공천 배제’ 공천룰과 관련하여 현역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낙선자 공천 배제 납득할 수 없어’라는 글을 게시하고, 잘못된 공천룰에 대해 쓴소리를 날리며 당의 잘못된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지속적으로 용기 있는 행동을 보인 바 있다.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이 다시 한 번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이번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대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당연히 국민의힘을 단순히 리모델링 하려는 수준에 그치는 당대표는 절대 안 되고, 파괴적인 발상을 통해 보수정당을 새롭게 신축할 수 있는 당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작금의 상황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는 21대 대선 출마에 몰두할 후보가 아닌 책사형 당대표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무소속 후보로도 수도권 험지에서 두 차례 生還(생환)하는 능력을 보여준 ‘책사형 당대표’ 윤상현 후보가 이번 7.23 전당대회에서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번 전당대회 당락을 떠나서 국민의힘 당원들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 지지자들이 윤상현 후보의 眞價(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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