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광복회가 쪼개져 진행한 사상 초유의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과 관련한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면서 촉발된 광복회와의 갈등은 결국 광복절 당일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정부와 광복회가 각각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따로따로 경축식 행사를 진행하면서 各自圖生(각자도생)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독립된 조국에서 하나 된 마음으로 정파나 이념과 관계없이 온 민족이 함께 경축식 행사를 진행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제79주년 광복절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순국선열들에게 분열된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光復(광복)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빛을 회복했다”를 의미한다. 즉, 光復(광복)은 “빼앗긴 땅과 주권을 도로 찾음”을 뜻한다. 오죽하면, 광복절 노래를 작사한 위당 정인보 선생이 첫 구절에 “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라고 표현했을까? 따라서 아무리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는 김형석 교수가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됐다고 하더라도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롯한 광복회 회원들은 정부 주최의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했어야만 하고, 김형석 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한 부당성은 추후에 국민들에게 호소했어야 한다.
특히, 이종찬 광복회장은 우리나라 三韓甲族(삼한갑족) 가문으로 임진왜란 당시 累卵(누란)의 위기에 처했던 조선을 구한 백사 이항복의 후예이자 6형제가 전 재산(2021년 공시지가 기준 200조원)을 독립자금으로 쾌척하고, 조국 독립에 헌신했던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며, 본인 자신도 4선 국회의원이자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한 국가원로다. 따라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여야로 분열된 작금의 대한민국 실상을 광복절만이라도 순국선열들에게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이후에 김형석 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운동을 벌여도 늦지 않았을 텐데, 이종찬 광복회장의 이번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불참 판단은 너무나 아쉽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한답시고, 국가원로인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日 우익 기쁨조”라고 막말을 퍼붓거나, 이종찬 광복회장을 향해 “몽니를 부린다”고 폄훼하는 여권의 행태도 결코 박수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광복회의 불참으로 반쪽짜리로 전락한 행사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독립기념관에서의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명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독립기념관은 지난 1987년 8월 15일 개관 이후 3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광복절 경축식 행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김형석 관장 취임식이 있던 지난 8일 독립기념관은 일방적으로 제79주년 광복실 경축식 행사 취소를 공지했다. ‘미운 놈이 미운 짓만 골라 한다’는 말처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대통령 주최 경축식 행사에 초대되었다는 이유로 37년 동안 지속된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모르겠다. 특히, 독립기념관 광복절 경축식은 임기 5년 내내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김영삼 전 대통령 두 차례·김대중 전 대통령 세 차례·노무현 전 대통령 두 차례·문재인 전 대통령 한 차례 등 역대 대통령 대부분도 참석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로 통한다.
단절될 뻔했던 독립기념관에서의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박상돈 천안시장의 奇智(기지)와 결단 덕분이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독립기념관의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취소 소식을 듣고, 37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독립기념관에서 자체 행사로 진행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의 이런 奇智(기지)와 결단이 없었다면, 지난 37년 동안 이어져 온 자랑스러운 전통이 단절될 뻔했는데, 박상돈 시장의 奇智(기지)와 결단 덕분에 독립기념관에서의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특히, 독립기념관이 위치한 천안은 우리들의 ‘영원한 누나’인 유관순 열사를 비롯하여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이자 임시정부 주석을 역임한 석오 이동녕 선생·신간회 총무부장을 지낸 유석 조병옥 박사·광복군 참모장을 역임한 철기 이범석 장군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길이 빛날 인물들을 배출한 애국충절의 고장이다. 천안 뿐만 아니라 충청지역은 홍성 출신의 백야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을 비롯하여 예산 출신의 매헌 윤봉길 의사와 서천 출신의 월남 이상재 선생 그리고 대전 출신의 단재 신채호 선생과 청주 출신의 의암 손병희 선생 등 대한민국 국민이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독립운동가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정부 주관 행사 못지 않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 독립기념관에서의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37년의 전통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奇智(기지)를 발휘하고 결단을 내려준 박상돈 천안시장에게 박수를 보내며, 박상돈 시장이 언급했던 “설령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를 포용하고 함께 나아가는 대동단결의 마음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는 기념사를 우리 모두 곱씹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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