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더위’, ‘불볕더위’, ‘살인적인 더위’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올여름의 폭염은 그 어느 해보다 강도가 심한 것 같다. 기상 관측 사상 ‘역대급 폭염’으로 기록됐던 지난 1994년과 2018년보다 기온은 낮다고 하지만,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무더위와 열대야가 시작된 만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더위의 강도는 ‘역대급 폭염’으로 기록된 지난 1994년과 2018년을 훨씬 웃도는 것 같다.

더구나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던 22대 국회가 반쪽짜리 개원을 시작으로 여야의 평행선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원한 지 70일 남짓 지났지만, 역시나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되었던 21대 국회를 훨씬 능가하는 ‘매운맛 버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에 국민들의 짜증지수만 높아져 가고 있다. 여야의 타협 속에 민생 법안을 처리해도 모자랄 판에 탄핵과 특검만 남발하고,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법안에 대하여 대통령실은 재의요구권으로 맞서는 도돌이표 형국만 지속되는 모습에 국민들의 절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으로 3년 10개월 동안 이런 꼴을 지켜볼 것을 생각하면, 국민들은 속에서 천불이 터질 지경이니 ‘역대급 폭염’ 그 이상의 무더위를 체감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7월 26일(현지시각) 개막하여 8월 11일(현지시각) 폐막한 제33회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면서 열대야를 날려준 것이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천불 나는 행태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 주었다. 더구나 하계올림픽 사상 48년 만에 144명의 최소 선수단으로 구성된 우리 파리올림픽 태극전사들은 직전 도쿄올림픽 232명의 60%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당초 금메달 5개 획득이라는 예상이 무색할 정도로 여자양궁 단체전 10연패라는 대기록을 비롯하여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면서 금메달 13·은메달 9·동메달 10 등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역대 최다 메달을 기록했던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금메달 13·은메달 11·동메달 8 등 총 32개의 메달 획득과 비견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여러 악조건을 이겨낸 우리 선수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우리 충청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에 오르며 우리나라 역대 최다인 5개의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청주시청 소속의 김우진 선수는 충북 옥천 출신이며, 펜싱 2관왕에 오르면서 통산 3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대전광역시청의 오상욱 선수는 대전 출신이다. 또한 금메달 3개·은메달 3개 등 도합 6개의 메달을 획득하면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사격대표팀의 장갑석 총감독은 대전대신고 3회 졸업생으로 애주가인 자신부터 술을 끊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선보이며 지난 8년간 침체에 빠졌던 사격의 르네상스를 꽃피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지난 5일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선수의 금메달 이후 무려 28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 선수의 “배드민턴협회와 동행 어렵다”는 폭탄 발언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들끓기도 했지만, 다행히 대한체육회가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선다고 하니 안세영 선수의 주장처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행정 미숙이 어린 선수에게 상처를 준 것인지 아니면 안세영 선수의 표현이 좀 과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명백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끄러운 대한배드민턴협회와는 달리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양궁협회는 미담만 줄을 잇고 있다. 부친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아들인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하여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전대미문의 여자양궁 단체전 10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해냈다. 특히, 2대에 걸친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남다른 양궁 사랑은 40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을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해 주었고,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현지로 날아가 우리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과 오직 실력으로만 대표를 뽑는 대한양궁협회의 공정한 선발 과정이 조화를 이루며 5개 전 종목 싹쓸이라는 성과를 낸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열전 17일 동안의 파리올림픽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열정과 투혼을 불사른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빼어난 기량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우리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내며, 무엇보다도 소수정예의 인원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무더위와 열대야마저 시원하게 날려 보내준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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