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21대 국회가 사흘 후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역대 최악의 소리를 듣는 만큼 마무리까지도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 일명 ‘채상병특검법’ 처리로 시끌벅적하다. 정부는 지난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채상병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로 화답하면서 여야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상병특검법이 합의되면, 합의된 안 대로 안 되면, 재심의 요청된 법안에 대한 표결을 통해서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천명하며 21대 임기 종료 하루 전날인 28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야 모두 당내 이탈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채상병특검법’ 통과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28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채상병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의 통과는 시간문제일 것 같다. 왜냐하면, 21대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시 재적의원 전체 출석을 전제로 국민의힘에서 17표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해야 되지만, 22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만 이탈표가 발생하면 대통령 재의요구권마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상병특검법’ 통과는 시간 문제로 대통령실이나 집권여당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털어내지 못하면, 그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대통령실이나 집권여당 국민의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임기 마지막까지 역대 최악이라는 국민들의 지탄 속에 막을 내리는 21대 국회를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22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22대 국회는 ‘싹이 노랗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초선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73명·국민의힘 44명·조국혁신당 11명·개혁신당 3명 등 총 131명으로 전체 의원의 44%에 해당하는데, 22대 총선 과정에서 거대 양당이 친명·친윤 공천을 강행하면서 초선의원들 역시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보다는 정파와 계파를 대변하는 홍위병으로 나설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진영 대립이 극에 달할 것으로 걱정이 앞서는 22대 국회에서 그래도 4년의 임기 후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초선의원들의 정치적 소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서는 일명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대변되는 소장개혁파가 실세인 권노갑·한화갑 등에 맞서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2002년 16대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자임했으며,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일명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상징되는 개혁·쇄신파가 당내 개혁을 주도하면서 2007년 17대 대선에서 정권 탈환의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바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1일 국회박물관에서 진행된 국회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축하 인사말을 통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16개 주요 기관 중 압도적으로 낮은 최하위(24.7%)를 기록했다”고 운을 뗀 후 “대통령·당대표에 ‘NO’라고 말 못하는 ‘팬덤정치’라”면서 “지금의 정치는 정쟁을 거듭하다 일방적인 실력행사와 거부권 행사로 종결되는 All or Nothing이라”며 “허공에 헛주먹질하는 후진적 정치라”며 작금의 정치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22대 국회에서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당선인들이 누구나 할 것 없이 ‘중립 불필요’를 외치는 생경한 작금의 정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일침은 131명의 초선의원들 모두가 깊게 새겨야 할 부분이다. 특히, 당내 민주주의가 사라진 작금의 여야 정치권에 대해 句句節節(구구절절) 옳은 소리로 따끔하게 질책한 김진표 국회의장처럼 더 많은 원로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초선의원들에게 바람직한 국회의원상을 제시하여 정파와 계파가 아닌 국민만을 바라볼 수 있는 選良(선량)으로 남을 수 있도록 아낌없는 苦言(고언)을 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아울러 원로들의 苦言(고언)을 가슴 깊이 새긴 초선의원들이 앞장서 ‘역대 최악 우려‘ 22대 국회를 혁파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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