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빠’, ‘개딸(개혁의 딸)’, ‘위드후니’는 대한민국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정치인 팬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층었던 ‘문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그 세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서 지난 28일 합동연설회가 진행된 충남·충북 권리당원 선거인단 온라인 투표까지 합산한 누적득표율 90.41%를 기록하며 당대표 당선이 확실한 이재명 대표의 팬덤인 ‘개딸’과 지난 23일 막을 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선거 초반부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분위기를 줄곧 유지하면서 62.8%의 압도적 득표율로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될 수 있도록 혁혁한 공을 세운 팬덤 ‘위드후니’의 위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10대 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양극화 못지 않게 정치적 양극화 역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문빠’, ‘개딸(개혁의 딸)’, ‘위드후니’와 같은 특정 정치인의 극렬 팬덤은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3일 막을 내린 집권여당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기간 중 15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남·충북 합동연설회장에서는 지지자들 사이에 예기치 못한 폭력 사태까지 발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정치인의 극렬 지지자들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이 추종하는 정치인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열광하기에 여념이 없다. 따라서 특정 정치인의 극렬 팬덤은 가뜩이나 4류에서 5류로 후퇴하고 있는 한국 정치를 더욱 후진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020년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는 제목의 논문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빠 현상’을 들었다. 최장집 교수는 “특정 정치인을 열정적으로 따르는 ‘빠 현상’은 강고한 결속력과 공격성을 핵심으로 한 정치 운동이라”면서 “가상으로 조직된 다수가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異見(이견)이나 비판을 공격하면서 사실상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최장집 교수의 주장처럼 작금의 특정 정치인의 극렬 팬덤은 ‘빠 현상’을 언급했던 대상인 ‘문빠’ 보다 더 ‘매운 맛 버전’으로 진화하여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또한 극렬 팬덤의 특징은 자신들만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확증 편향적 사고관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집권여당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당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노골적으로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여 당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구두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는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지난 2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하여 “위드후니는 개딸과 다르다”면서 “(위드후니는)질서정연하고, 폭력적이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남·충북 합동연설회장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더구나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의 주장과 달리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개딸’이나 ‘위드후니’나 ‘도긴개긴‘이요 ‘오십보백보’로 이재명 의원과 한동훈 대표의 극렬 팬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비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종혁 조직부총장의 경우는 지난 2022년 12월에는 “당대표를 뽑는 데에 여론조사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100% 당원투표’를 주장했던 사람이지만, 올해 4월에는 ‘당원투표 100%’인 기존 전당대회 룰을 ‘국민 50%·당원 50%’로 바꿀 것을 당에 요청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눈 하나 꿈쩍 않는 사람이니 뻔뻔스럽게도 “위드후니는 개딸과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만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 이런 사람이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극렬 팬덤 정치가 판을 칠수록 대한민국의 정치는 더욱 후퇴할 수밖에 없으며, 극렬 팬덤의 위세에 휘둘리는 정치인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한민국의 국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망치는 극렬 ‘팬덤정치’가 사라지고,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주도하는 정치 문화가 형성될 때만이 대한민국의 국격이 올라갈 수 있는 길이며, 더욱 밝은 미래가 담보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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