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충남의 거점국립대학을 자부하는 충남대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체면을 구겼다. 지난 20일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대상 대학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충남대 교무·학생·기획·연구처장이 이번 탈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직 사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진숙 총장은 4명 처장들에 대한 보직 사표 일괄 수리 여부와 관련하여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폭풍에 휩싸인 모습이다. 충남대에 몸담고 있는 지인의 말을 빌리면,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의 탈락 여파는 지난 2004년 7월 이광진 전 총장 재임 시절 ‘누리사업 탈락’ 당시의 충격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한다. 당시 충남대 교수협의회는 긴급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누리사업 탈락에 대한 총장 사퇴 권고안’을 논의했을 정도로 학내외가 뒤숭숭했었다.

충남대의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탈락은 비단 충남대 내부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자존심과도 직결돼 있다. 더욱이 지역거점국립대학 중 단독으로 혁신지원서를 제출한 경북대와 제주대를 제외하면, 통합을 전제로 혁신지원서를 제출한 지역거점국립대학 중 1차 관문 탈락은 충남대가 유일하기 때문에 지역민들 역시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입었다.

충남대의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탈락은 어찌 보면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2월 본지가 ‘충남대-한밭대 통합 가시화’라는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을 당시 양 대학에서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간곡히 요청하는 모습만 보였을 뿐 대학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에게 지금까지의 진척 단계를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본지가 단독 보도를 했을 당시 이진숙 총장이 충남대의 슬로건처럼 “‘CNU 100년, 위대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두 대학의 통합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대학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호소했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충남대가 보인 모습은 그저 쉬쉬하기에만 급급했다. 당연히 대학의 3주체 중 하나인 재학생들의 반발은 너무나 당연했으며, 재학생들의 반발을 설득하고 무마시키는 기술 또한 충남대는 매우 부족해보였다.

특히, 이진숙 총장에 대한 아쉬움은 무엇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1952년 개교 이래 제12대 정덕기 총장 이후 충남대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모교 총장 자리에 오른 이진숙 총장은 최초의 여성 총장이라는 타이틀을 비롯하여 지역 최초의 여성 총장·거점국립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취임했다. 하지만, 이진숙 총장이 취임 이후 3년 넘는 기간 동안 보여준 모습은 모교 출신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이전의 모교 출신이 아닌 서울대 출신 총장들(오덕성 전 총장은 한양대)과 비교하여 교수·직원·학생·동문·지역사회와 허심탄회한 소통 측면에서 볼 때는 별반 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취임한 이진숙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동문들이나 지역민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이진숙 총장의 이전 총장들이 1989년 대전광역시가 분리된 이후 충남대라는 교명의 명칭에 걸맞게 공주대가 예산농업전문대학·공주문화대학·천안공업대학과의 통합에 나서기 전 충남대가 선제적으로 통합에 나서지 못한 점도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에서 선정된 충북대가 한국교통대와 통합을 이루어낸다면, 충남대는 지역거점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단 한 차례도 통합을 이루지 못한 대학으로도 남게 된다.

또한 충남대는 대전·세종·충남 등 자치단체와의 스킨십도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 지난 22일 김태흠 충남지사는 민선 8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아산에 위치한 순천향대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김태흠 지사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단체장으로서 지역에 위치한 대학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 자체를 나쁘게만 볼 수도 없는 일이며, 순천향대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을 위해 자치단체와 얼마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했는지도 알 수 있다.

충남대는 다른 지역의 거점국립대학과는 달리 1952년 5월 6.25 전쟁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교육만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대전·세종·충남 지역민들이 ‘一斗一米(일두일미) 운동’을 전개하여 도립 종합대학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그만큼 지역민들이 충남대에 갖고 있는 애착과 기대는 다른 거점국립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다르다. 또한 충남대가 비록 대전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지난 1989년 충남에서 대전광역시가 분리되고, 지난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승격된 것에 비추어 볼 때 대전·세종·충남은 한 뿌리이며, 충남대가 대전·세종·충남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학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탈락을 계기로 충남대는 정말 ‘換骨奪胎(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지역대학의 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남대 역시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 1989년 제11대 총장부터 자체적으로 선출된 충남대 총장들 중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여 대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총장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따라서 오는 11월 실시되는 제20대 충남대 총장 선거에서는 자체 구성원 중 총장 자리에만 욕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선출하기보다는 외부의 존경 받는 분을 긴급 수혈해서라도 대학의 명운을 맡겨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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