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각 지자체별로 기부금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기부자 본인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제외하고,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여 세액 공제 및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 등의 혜택을 받는 고향사랑기부제는 1인당 연간 500만원 이내에서 기부가 가능하며, 지자체는 모금된 기부금을 주민복리에 사용하게 되어 고향사랑을 실천할 수 제도로 서서히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추세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부터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의 유명 출향 인사들을 내세워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홍보하는 등 기부금 유치를 위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농협카드는 지난 4월 고향사랑기부제 특화카드인 ‘zgm.고향으로 카드’를 출시하여 지역가맹점 이용 시 최대 1.7%가 개인에게 적립되고, 매년 사용액의 0.1%가 공익기금으로 조성되며 해당 기금은 지역사회로 환원되어 농업·농촌 및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방안을 마련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각 지자체의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진정한 고향사랑기부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여야의 정쟁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28일 이중근 회장이 고향인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 6개 마을 280여 가구 주민들에게 1억여 원씩 ‘통 큰 기부’를 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마을 토박이와 실거주 30년 이상 등 거주 연수에 따라 5단계로 차등 지급한 이중근 회장의 ‘통 큰 기부’는 세금을 공제하고 적게는 2,6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9,020만원까지 개인 통장으로 입금되어 순천시 서면 운평리 주민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닌 ‘마른하늘에 돈벼락’을 맞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중근 회장의 ‘통 큰 기부’가 서울신문에서 단독 보도된 이후 여러 언론에서 순천시 운평리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 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운평리 마을 주민들은 이중근 회장이 보내준 돈벼락이 아직까지도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는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이중근 회장의 ‘통 큰 기부’는 비단 운평리 마을 주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초등학교 동창과 중학교 동창들에게도 이어졌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이중근 회장은 동산초등학교 남자 동창생들에게도 1억원씩 지급한 데 이어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에게도 지급하기 위해 최근 동창 명부를 파악했다고 하며, 또한 순천중학교 동창생들에게도 1억원씩 지급하였고, 같은 기수로 순천고등학교를 졸업한 8회 동창들에게는 5,000만원씩 전달하는 등 이중근 회장에게 돈벼락을 선물로 받은 순천중·고 동창생들만 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중근 회장의 고향 주민들과 친구들을 향한 ‘통 큰 기부’에 대해 횡령으로 2년 6개월 선고 받은 점을 비판하고, 부영그룹의 분양가 부당산정을 문제 삼으며, 이번 기부로 인하여 향후 가족들에게 상속 시 상속세가 절감된다는 등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벌들의 기부 행태가 자신들의 雅號(아호)가 포함된 기념관이나 재단을 만들거나, 자신들을 과시하기 위한 기부가 주를 이루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이중근 회장의 ‘통 큰 기부’는 자신과 관련이 깊은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따스한 온정을 베푼 방법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중근 회장은 이번 ‘통 큰 기부’가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열린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창립대회’에 참석한 이중근 회장은 뉴스1과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통 큰 기부’를 한 이유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기부한 것은 고향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싶었다”면서 “이웃사촌끼리 동네 사촌끼리 다 함께 잘 지내고 싶었다”는 소회를 전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순박하고 순수한 뜻인가?

이중근 회장의 비서실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중근 회장의 지금까지 기부액은 현금만 약 1,400억원이며, 이 외에도 선물세트·공구세트·역사책 등 전달된 물품까지 더하면 총 2,400억원의 가치에 이른다고 한다. 내가 무엇을 했다고 내세우기보다 “고향을 지킨 이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이웃사촌끼리 동네사촌까지 다 함께 잘 지내고 싶었다”는 순박하고 순수한 이중근 회장의 ‘통 큰 기부’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많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중근 회장의 이전까지 재벌들의 어떤 기부보다도 받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효과를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들의 행복감까지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