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에게 대선·총선·지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 거냐?”고 물으면, “그X이 그X놈인데, 누구면 어떠냐?”고 자조 섞인 대답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욕심만 차리기에 급급하고, 당장이라도 사생결단할 것처럼 씩씩거리다가도 서로 간의 이해타산만 맞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들의 특권 확대에는 맞장구를 치는 모습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좀 더 나은 정치 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덜 나쁜 X’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

요즈음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바로 경기도 양평군이다. 경기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양평군이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건설 전면 백지화 이후 국민적 주목을 받는 지역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지난 1908년 양평군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이후 이처럼 전국적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나 싶다.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과 관련하여 기존 양서면 국수리에서 강상면 병산리로 바뀐 부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一家(일가)의 토지 때문이라는 의혹 제기 이후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노선 검토 뿐 아니라 도로 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는 초강수를 꺼내 들며 더불어민주당의 의혹 부풀리기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원희룡 장관은 대통령실과의 논의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후 자신의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고, 이번 백지화 사태의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돌렸다.

원희룡 장관이 이런 초강수에 정작 양평군민들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러한 초강수를 둔 원희룡 장관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이 양평군민이라면, 원희룡 장관의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전면 백지화 결정은 좀 더 신중했어야만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원희룡 장관의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전면 백지화 발표 등 정치권의 공방으로 인해 양평군은 둘로 쪼개지고 말았다. 양평군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기존 양서면 국수리 종점을 원하는 군민들과 강상면 병산리 종점을 원하는 군민들 서로에게 유리한 주장만 펴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정치권이 양평군을 둘로 쪼개놓고 말았다. 정치가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화합될 수 있도록 해도 모자랄 판에 진영논리에 빠져 오히려 양평군민들만 분리시켜놓고 말았으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여야 어느 편에도 관심 없는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이번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사업 논란과 관련하여 ‘내가 옳다’와 ‘네 탓이다’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양평까지 차량 이동시간이 현재 1시간 30분~2시간에서 15분대로 대폭 줄어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인들이 흔히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남발하는데, 이번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건설 전면 백지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민은 없고, 여야의 힘겨루기만 있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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