里長(이장)은 읍·면 하위에 있는 지방행정구역인 里(리)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으로서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각 가정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마을의 대소사를 맡아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준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 里長(이장)은 각종 선거에서 마을의 여론을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공직선거법에 의해 도시의 통장과 마찬가지로 선거운동도 금지돼 있는데, 里長(이장)은 주민들의 선출에 의해 읍·면장의 임명장 수여 절차가 마무리되어야만 공식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里長(이장)이 읍·면장의 임명장 수여로 공식 임기가 시작되는 점을 근거로 몇몇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소위 자신의 ‘입맛’에 따라 임명을 故意(고의)로 지연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조용했던 마을이 찬반양론으로 분열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지역 금산군 복수면 용진3리 마을도 벌써 1년 7개월째 里長(이장)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21년 10월 마을 주민 80% 이상으로 선출된 里長(이장) A씨에 대해 복수면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임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벌써 용진3리 마을 주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세 차례나 탄원서를 제출했을 정도로 격앙돼 있는데, 복수면을 지휘·감독해야 할 금산군은 용진3리 마을 주민들의 애절한 사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장 임명은 면장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런 파행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생각은커녕 伏地不動(복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용진3리 里長(이장) 임명을 돌이켜보면, 금산군의 무능에 누구라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5월과 10월 두 차례 里長(이장)으로 선출된 A씨의 임명을 거부한 복수면은 주민들의 항의에 어쩔 수 없이 A씨를 里長(이장)으로 임명한 후 다시 4개월만인 2018년 3월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해임했으며, 해임 20여 일 만에 다시 A씨를 里長(이장)으로 복직시키는 촌극을 연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금산군은 복직된 A씨에게 자진사퇴를 강요했으며, 당시 금산군 부군수는 A씨에게 “이장직을 자진사퇴하면 군민 대상을 줄 생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공수표까지 남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A씨가 자진사퇴를 완강하게 거부하자 복수면은 2019년 6월 실현불가능한 조건부 이장 해임 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였고, 결국 A씨를 해임했지만, A씨는 2019년 9월 금산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이장 해임은 무효’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고, 금산군이 항소를 제기했으나, 재판 중 이장 임기 만료를 이유로 2심도 각하되면서 법원마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한 지난 2021년 10월 용진3리 마을 주민들은 다시 A씨를 里長(이장)에 선출하였고, A씨는 복수면에 이장 임명에 관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복수면은 이번에도 다른 마을 이장 임명에는 필요 없는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1년 7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里長(이장) 임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용진3리 마을 里長(이장) 임명 문제는 A씨가 금산군과 소송까지 진행했을 정도로 전임 문정우 군수 시절 가장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용진3리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박범인 군수 체제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으로 희망찬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박범인 군수가 취임한지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문정우 전 군수 재임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문정우 전 군수와 달리 정통행정관료 출신으로서 풍부한 행정 경험을 소유한 행정전문가로 알고 박범인 군수를 지지한 많은 군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범인 군수가 본사의 금산군 주재기자와 지난 3월 30일 대화에서 “이장 임명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데, (용진3리는)규약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고, 소집한 사람이 개발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회의 소집이라든지 절차들이 제대로 근거가 갖춰 있느냐 없느냐 상황 판단을 못하겠다”고 한 발언을 살펴보면, 과연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금산군의 책임자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조차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박범인 군수는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프랑크푸르트·뒤셀도르프·도르스텐·에센·바트홈부르크·베를린 등 독일 6개 도시를 방문하여 금산인삼 유럽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귀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민선 8기 금산군의 책임자인 박범인 군수는 금산인삼의 유럽 진출 방안 모색을 위해 독일 6개 도시를 방문하는 것보다는 적극적 행정행위를 통해 용진3리 마을 里長(이장) 임명 문제를 해결하여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등 외치보다는 내치에 치중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취임 1년도 안 된 박범인 군수에 대하여 ‘주민소환‘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은 본인의 불행을 떠나 금산군에도 예삿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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