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42회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로 시작하는 강소천 작사·권길상 작곡의 ‘스승의 은혜’에는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러나 언론 사회면에 보도되는 교사 폭행 등의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스승을 하늘 같이 우러러보고, 스승을 마음의 어버이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 씁쓸할 뿐이다.

스승의 날의 유래는 우리 충청권과 매우 연고가 깊다. 지난 1958년 5월 청소년적십자 단원이었던 충남 강경여고 학생들이 현직 선생님과 은퇴하신 선생님과 병중에 계신 선생님들을 자발적으로 찾아뵙는 것이 계기가 되어 1965년부터는 민족의 가장 위대한 스승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자리 잡게 된 것이 오늘날 아름다운 미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처럼 아름다운 미덕으로 계속 자리 잡아야 할 ‘스승의 은혜’도 그야말로 ‘아, 옛날이여!’인 것 같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10일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조합원 1만 1,3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의원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가 무려 87.0%로 나타났고, 교직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도 68.4%에 이르렀다. 특히, 사직을 고민한다는 87.0%의 교사 중 거의 매일 사직을 고민하는 교사가 25.9%이고, 종종 사직을 고민한다는 교사도 33.5%에 이르러 가끔(27.6%)이라고 답한 교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언론에 공개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교권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지난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 스승의 날에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로부터 작은 선물조차 받을 수 없게 만든 점 역시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크게 위축시킨 것 같다. 뇌물이 아닌 ‘스승의 은혜’에 작은 선물로 감사하다는 인사조차 마음대로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공개적으로 카네이션을 전달하거나, 손수 만든 롤링 페이퍼 및 손 편지 등 선물 대신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지금의 대다수 학부모들이 학창시절 당시에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단순 꾸지람뿐만 아니라 요즈음 기준으로 보면 폭력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체벌 역시 부지기수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고, 학부모들의 선생님에 대한 믿음도 절대적이었다. 특히, 지금의 대다수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혼이 난 사실을 집에 가서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만약, 부모님께 선생님에게 혼이 난 사실이 알려지면, “무슨 잘못을 해서 선생님에게 혼나고 다니냐?”는 핀잔을 듣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가정에서의 훈육이 사라지고, 교사를 대하는 학부모들의 태도도 예전 같지 않으니 학생들이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 역시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다.

한 때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던 교사는 이제 기피 직업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하는 예비교사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교원 감축 기조에 교대나 사대 학생들의 불안감은 점차 커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권마저 추락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을 통해 학생인권 보호를 주창하던 전교조 교육감들조차도 교권 보호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학생인권 보호를 우선시하던 전교조 교육감들이 지금이라도 교권 보호의 시급성을 깨닫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17개 시·도의 교육감들을 비롯한 교육 당국이 다양하고 심각해지는 교육활동 침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왜냐하면, 교권 확보와 교권 신장이 우선될 때만이 학생인권 보호도 제대로 자리 잡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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