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초유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회의원 의석수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또는 더불어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은 결국 부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무기명 비밀투표로 치러지는 체포동의안 표결의 경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수도권 비명계 의원들이 내년 22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탈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가결될 확률 역시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또는 더불어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 중 28표의 이탈표가 반드시 필요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정의당·시대전환의 의석수 122석만으로는 27일 표결에서 가결까지는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대 대선에서 집권여당 후보로 나섰던 제1야당 대표가 개인 비리 혐의로 헌정사 최초의 국회 체포동의안에 부쳐진 것만으로도 이재명 대표가 입게 되는 정치적 데미지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구하기에 올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표결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표결이 부결 되더라도 다른 비리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것이 두려운 지 지난 25일 3.1절인 다음 달 1일부터 임시국회 개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다하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3.1절까지 사상 초유의 임시국회 개원을 요청하는 모습에 기가 찰 노릇이다. 국가에 긴급한 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3.1절마저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한 임시국회 개원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의 몰염치한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3.1절 임시국회 개원 요청은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 대표 살리기에만 몰두하겠다는 입장을 국민들에게 선전포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유권무죄 무권유죄,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보복 수사에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다. 그러나 저의 부족함으로 대선 패배가 초래한 일이기에 모두 감수하고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주장했는데,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과연 거대 야당 대표가 권력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작금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지난 20대 대선 패배로 초래된 것인지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재명 대표는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보고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장동 및 성남FC 후원금 등 자신과 관련하여 의혹 전반에 대해 소명했는데,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일침처럼 자신에 대한 소명은 기자회견이 아닌 판사 앞에서 하는 것이지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자들과 대국민 선전전에 나설 일이 결코 아닌 것 같다.

이재명 대표의 주장처럼 자신과 관련한 모든 의혹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이어진 것이라면,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지난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당시 “나는 당당하니까 제대로 된 사법 판단을 받겠다”며 국회의 불체포특권의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자처했던 사례를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죽했으면, 동교동계의 맏형이자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권노갑 고문조차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앞으로 여러 번 이런 체포동의안이 오겠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뭉쳐 체포동의안에 대해 의원총회에 결정한 바와 같이 따라가고, 다음번에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임해서 민주당의 역사와 전통의 당 대표로서 책임 있는 행동으로 솔선수범과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는지 이재명 대표는 숙고해야 할 것이다.

재선 성남시장·경기지사·집권여당 대선 후보를 역임하고 현재 거대 제1야당 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전기세 인상·난방비 폭등 등 치솟는 물가와 심지어는 소주 값마저 오른다는 흉흉한 소식에 밤잠 못 이루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자신으로 인해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결코 예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