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일컫는다. 지난 1910년 국권침탈로 비롯된 35년간의 일제강점기 쓰라린 아픔이 아직까지 가슴 한 구석에 켜켜이 쌓여 있어 일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내려놓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같은 전범 국가인 독일과 비교해보면, 일본의 사과에는 진정성마저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반복적인 망언으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해를 입은 주변국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꽁꽁 얼리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독일의 경우 1970년 12월 7일 바르샤바 유대인 봉기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당시 서독의 제4대 빌리 브란트 총리가 무릎을 꿇고 나치 독일이 바르샤바 내 유대인 학살 등 만행에 대해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을 한 것을 시작으로 헬무트 슈미트 총리·헬무트 콜 총리·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이르기까지 최고 정치 지도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해를 입힌 주변국들에게 지속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범 국가의 이미지마저 점차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안하무인격으로 자신들이 잘못을 사죄하기는커녕 오히려 최고 정치 지도자들의 잇단 망언으로 주변국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특히, 주변국들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우리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죽창가’를 필두로 적대적 대일관계를 천명했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벌써부터 제1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굴욕’, ‘굴종’, ‘조공보따리’ ‘제2의 이완용’이라는 험악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은 어쩌면 苦肉之策(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을 비롯하여 연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남북 간 긴장관계를 고조시키고 있으며, 중국의 팽창정책으로 동북아의 상황도 언제 어떤 형국으로 변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한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와 중국의 견제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일 동맹 완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만 한다.

물론 제1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우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철지난 ‘죽창가’를 외치고 반일감정을 고취시킬 때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더 큰 전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주요 7개국 G7에 한국을 포함시켜 G8로 확장해야 한다는 세계적 흐름 속에 우리는 반일이 아닌 극일을 통해 과거 35년간 일제강점기로 얼룩졌던 쓰라린 아픔을 이제는 치유해야만 한다.

지난 1964년 3월 23일 ‘영원한 2인자’ 김종필 공화당 의장이 일본의 오히라 외상과 ‘한일협정’ 조인에 합의한 후 두 달 남짓 만에 6.3 사태가 발생하였고, 학생들은 김종필 의장을 일컬어 ‘매국노’와 ‘제2의 이완용’이라고 성토하면서 화형식을 거행하는 등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6.3 사태 당시 주요 인사들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김덕룡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5선 의원)과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등이 세월이 지나 당시 김종필 공화당 의장의 ‘한일협정’ 조인이 결국 대한민국을 부국강병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일관계 개선도 지금은 제1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맹목적 비난을 받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 후손들에게는 박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외교 재개·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상화·수출규제 해제 등의 소원했던 한일관계가 회복 국면에 놓였다. 지금은 우리가 일제강점기 35년의 세월을 결코 잊지 않으면서 상호 협력하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통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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