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근간은 3권 분립이다. 계몽주의 철학자 영국의 존. 로크가 1689년 자신의 저서인 ‘통치론’에서 입법권과 집행권의 2권 분립론을 주장하며 권력 분립 사상을 전개한 이후 프랑스의 법률가·역사가·계몽주의 철학자인 몽테스키외가 1748년에 완성한 ‘법의 정신’에서 주창한 3권 분립은 자유민주주의 확고한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몽테스키외가 주창한 3권 분립은 미국 헌법 초안을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오늘날 전 세계 대다수 국가들의 헌정사에서 기본원리이자 정치권력 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하다하다 3권 분립에 정면으로 맞서는 세력이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이 지난 3월 27일 대표 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대법원장 임명 절차에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추천위원회제도를 신설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추천위원회 의결을 존중하여 임명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104조 제1항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최기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헌법과 3권 분립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기상 의원은 1949년 ‘법원조직법’ 시행 이후 1972년 유신헌법 전까지를 예로 들며,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법원장 임명권 제한법’이 아니라 ‘대법원장 임명 바로 세우기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학의 泰斗(태두)로 꼽히는 허영 교수는 대법원장 임명 절차에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추천위원회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을 임명하면서 기관 간 통제를 위해 국회 동의를 얻는 것이라”면서 “거기에 사법부가 본인들 수장 임명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3권 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일갈했다.

비단 최기상 의원뿐만 아니라 진성준 의원이 지난 1월 대통령의 국가인권위원 지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지난 3월 30일 김승원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특정해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은 대통령의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사면법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모두 3권 분립과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안들이다.

물론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야당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헌법과 3권 분립이라는 대원칙에는 입각한 법안을 발의해야만 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이런 식의 법안 발의를 하지도 않다가 왜 갑자기 정권이 교체된 직후인 윤석열 정부에서만 헌법과 3권 분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안 발의에 주력하는지도 납득할 수 없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우리 국민들은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3권 분립이라는 권력 분립 사상을 통해 자유민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자리매김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켜야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3권 분립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3권 분립에 정면 배치되는 법안 발의에 앞장서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의 태도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3권 분립에 정면 배치되는 법안 발의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민생 법안 발의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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