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접어드는 절기인 立春(입춘)이 지났다. 봄을 알리는 立春(입춘)이 지났지만,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에는 무척 많은 눈까지 내리면서 제주공항은 몇 차례 결항 사태를 빚기도 했다. 날씨만 추울 뿐 아니라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인한 三重苦(삼중고) 때문에 경기마저 얼어붙으면서 서민들은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을 절로 느끼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집권여당 국민의당은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vs 비윤의 대립 구도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으며,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엄동설한에 때 아닌 장외투쟁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立春(입춘)이었던 지난 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 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라는 제목의 장외투쟁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앞두고, 조응천 의원 등 당내에서조차 “시기적으로나 맥락상으로 보더라도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조국 시즌 2’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지만, 충청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탄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 등 강경파들의 주장에 묻혀 조응천 의원 같은 합리적 목소리는 묻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1948년 8월 15일 이후 장외투쟁은 그야말로 야권의 전유물로 통했다. 특히, 독재 정권에 항거하던 소수 야당의 장외투쟁은 거대 집권여당의 횡포를 막고, 독재 정권과 집권여당의 폭정을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실제 우리 국민들은 독재 정권 시절 소수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해내면서 소위 ‘87 체제를 만들어냈고, 지난 2019년에는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등 여러 논란에 휘말렸던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내정자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야권의 장외투쟁을 통해 임명 35일 만에 자진사퇴를 이끌어내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금의 더불어민주당 장외투쟁은 명분도 없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소수 야당도 아니고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압도하는 거대 야당으로 국회 의석수도 과반수를 훌쩍 넘어서고 있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은 도외시한 채 장외투쟁을 통해 윤석열 정부 심판에 나선 사실은 일반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있기 하루 전날인 지난 3일에는 2019년 여름부터 국론을 양분시켰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하여 법원이 1심 판결이 있었다. 무려 3년 6개월여 만에 선고된 법원의 1심 판결을 조국 전 장관은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2019년 여름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조국 전 장관 수호에 나선 바 있다. 아직 1심 판결이긴 하지만, 법원이 조국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당시의 잘못된 판단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에 나서야만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장외투쟁으로 강추위 속에서 괜히 지지자들의 건강을 상하게 할 것이 아니라 당시 집권여당로서 조국 전 장관 수호를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을 향해 ‘비판의 십자포화’를 퍼부었던 사실에 대해 사과부터 먼저 하고, 거대 야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때만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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