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은 20대 대선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라는 여·야의 명운을 갈랐던 빅 매치가 열리며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2023년 계묘년에는 2022년과 달리 여·야가 맞붙는 빅 매치는 없지만, 집권 여당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라는 빅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22대 총선 공천권을 누가 거머쥘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4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3.8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만약, 22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지금처럼 여소야대 정국에서 허덕이며 남은 3년의 임기를 보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식물 정부’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발표한 2023년 신년사에서 “기득권 유지와 地代 追求(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천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3대 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과반 의석 확보는 絶體絶命(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至上課題(지상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사고 당협 68곳 중 42곳의 조직위원장을 선임 결과를 살펴보면, 과연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만한 조직위원장 인선이 이루어진 곳도 많지만, 어떤 기준으로 조직위원장을 선정했는지 알 수 없는 지역도 적지 않다. 충청권만 보더라도 대전 동구의 경우는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윤창현 의원 vs 교섭단체 최고위원 출신으로 풍부한 행정경험과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한현택 전 동구청장의 대결이 초미의 관심을 모았으나, 여론조사나 당원투표 등도 진행하지 않은 채 윤창현 의원을 조직위원장으로 발표했다. 또한 대전 유성갑·대전 대덕·세종갑·충남 아산을의 경우는 조직위원장을 신청한 후보자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조직위원장 선정 발표를 보면, 지난 10월 국정감사 이후 조강특위를 가동하여 사고 당협에 대한 조직위원장을 보강하고, 전체 당협 253곳 당무감사까지 진행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당찬 포부와는 동떨어진 결과다. 더구나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석기 사무총장이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 상임공보특보단장을 맡았던 김경진 전 의원을 서울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으로 선정한 것과 관련하여 “학교도 서울 고려대를 나오지 않았나?”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준석 대표 당시 서울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최고위원회에서 최종 의결을 받지 못했던 허은아 의원이 이번 조강특위 선정에서 국민의당 출신의 김경진 전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가운데, 김석기 사무총장의 발언을 정조준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주혜 비대위원과 김종혁 비대위원이 각각 서울 강동갑과 경기 고양병의 조직위원장으로 선정되면서 ‘셀프 낙점’이라는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주혜 비대위원이나 김종혁 비대위원의 경우는 비대위원을 맡지 말든지 아니면 이번에 선정된 조직위원장을 스스로 고사했어야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조차 감안하지 않은 지도부의 처사가 매우 아쉬움이 크다. 왜냐하면,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정미경 최고위원을 향해 ‘당협쇼핑’을 운운하며, “지도부 측근이 특정 당협에 배치되는 것을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던 사실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을 맡아 ‘동일 지역 동일 선거구 3회 이상 낙선자 공천 배제’라는 상식에서 벗어난 조항을 만들어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은 바 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선거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한 사람들 입에 두고두고 오르내릴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납득할 수 없는 공천 룰을 적극 엄호하고 대변했던 인사가 현재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번 비대위의 조직위원장 선정에 공정성이 담보되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의 이번 조직위원장 선정 결과를 보면, 지난 10월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조강특위 가동 방침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는 충남 청양 출신의 윤상현 의원 주장이 백번 이해가는 부분이다. 윤상현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처럼 비대위는 말 그대로 정상적인 지도부 출범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괜한 조직위원장 선정으로 긁어부스럼을 만든 꼴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번 조직위원장 선정이 22대 총선 공천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22대 총선을 1년 이상 앞둔 시점에서 당협위원장은 수시로 당원들과 접촉하며 지역구 관리를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조직위원장 선정은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사고지역 조직위원장 선정이 한시가 급한 것처럼 하더니 68곳 중에 42곳만 선정한 것 역시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말로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떠들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만 한다. 지금 국민의힘 당 대표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물들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당원과 국민들에게 22대 총선 승리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여 그것만으로 당원들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으로서 “욕을 먹더라도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윤석열 정부의 命運(명운)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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