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 주도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묻기 위해 공동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소추로 기록된 이상민 장관의 탄핵소추는 향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내년 22대 총선 과정에서도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집권여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야 3당 주도로 이루어진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하든지 다시 한 번 진영 간의 극심한 대립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와중에 대전과 세종에서는 자기편 챙기기만 급급한 지방의회의 민낯이 드러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전 서구의회는 지난 8일 제274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다운 의원이 발의한 ‘서구체육회 관련 각종 의혹에 관한 실태 파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으나, 국민의힘 소속 의원 9명의 반대와 무소속 의원 1명의 기권으로 특위 구성이 무산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합의로 특위를 구성하려 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하였고, 이마저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특위 구성은 불발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14일 KBS대전방송총국의 단독 보도로 촉발된 서철모 서구청장의 서구체육회장 선거 개입 논란은 한동안 언론을 장식하면서 대전지역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서철모 서구청장의 서구체육회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서 서구민들 뿐만 아니라 대전시민들 역시 자초지종을 소상히 알아야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민들과 대전시민들의 알 권리마저 앗아가는 국민의힘 소속 서구의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행부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自黨(자당) 소속 구청장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국민의힘 소속 서구의원들은 서구민들과 대전시민들에게 석고대죄 해야만 한다.

서구의회와 마찬가지로 세종시의회에서도 같은 당 소속 의장 지키기가 度(도)를 넘고 있다. 지난달 20일 동료의원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을 守護(수호)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행태가 참으로 눈물겹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8일 ‘제80회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공지했다. 의장 불신임 결의안 본회의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 단일 안건으로 상병헌 의장의 제척으로 인하여 박란희 부의장이 의장 직무대리로 소집된 제80회 임시회는 9일 오전 10시 진행하여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당일 곧바로 의장 불신임 결의안이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 불신임 결의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의장 불신임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自黨(자당) 소속 의장이 명백한 범법행위를 저질렀으면, 먼저 앞장서서 의장 불신임안을 제출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대 당 의원들의 본회의 상정에 가만이라도 있어야 할 일인데, ‘초록은 동생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처럼 세종시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같은 당 소속 의장만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행태에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3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지난해 1월부터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방의회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도입·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등 지위와 권한이 강화되었지만, 지방의회의 행태를 보면 3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지경이다. 상황이 이러니 지방의회 無用論(무용론)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것이며, 공천권자 심기 경호에만 급급하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으니 기초의원 공천제 폐지가 정치 개혁이라는 화두 속에 끝없이 제기되는 것이다.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지역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는 선출직 공무원이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지방의원들이 黨論(당론)이라는 이름하에 공천권자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하고, 유권자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는 정치 행태를 바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만 한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거대 양당이 기초의원·기초자치단체장 정당 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도 실제 이행하지 않은 적이 있는데,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은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더라도 기초의원·광역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 폐지는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당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현재의 정치 환경을 바꾸어주면,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최소한의 의무만이라도 제대로 이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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