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중심지 서구가 시끄럽다. 지난 2000년 대전시청과 대전시교육청 등이 둔산동으로 청사를 이전한 이후 서구는 명실상부한 대전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인구 50만명을 돌파하면서 다른 4개의 자치구와는 달리 부구청장의 직급도 지방이사관이 차지할 정도의 성장세를 지속했던 서구는 지난 2012년부터 유성구의 급속한 성장과 행정수도 세종시로의 인구 유입 등으로 인구 50만명이 붕괴됐지만, 여전히 대전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부터 대전지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서철모 서구청장의 서구체육회장 선거 개입 논란이 언론을 장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최규 서구의원의 제271회 제2차 정례회 기간 중 청가 신청 후 카타르 월드컵 응원을 위해 출국한 사실과 맞물리며 집행부와 의회를 바라보는 구민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20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맞춰 도입된 시·도 및 시·군·구 체육회장 선거는 단체장이 관행적으로 겸직하던 관선 체제에서 민선으로 이관하여 체육인들이 정치권에 휘둘리는 것을 막고, 체육회가 단체장의 선거조직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취지에도 서철모 청장의 김경시 전 대전시의원에 대한 후보 사퇴 종용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지난 14일 KBS대전방송총국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서철모 청장은 “어제 OOO 회장하고 얘기를 좀 했습니다. 예우에 맞게 시체육회 부회장 하시는 걸로”라고 자신의 음성으로 김경시 전 의원에게 시체육회 부회장직을 제안했으며, 심지어 “OOO 회장이 시장님한테 다 얘기해서 조율된 거예요. 저도 어제 연락을 받고 가부만 결정해달라고..”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서철모 청장은 해당 발언과 관련하여 “상황이 정리됐다는 정무특보의 말을 듣고 부른 것, 대전시장이나 시 체육회장과는 이야기된 바가 없고, 좀 과장되게 말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으나, 이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구민이나 시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쯤 되면, 서철모 청장은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즉시 “구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먼저 고개를 숙이고 바짝 엎드리는 것이 당연한 처사지만, 賊反荷杖(적반하장) 격으로 다음 날 “악의적 녹음의 피해자는 바로 나다. 김경시 후보 스스로 체육회장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혀 선의로 만난 것을 악용한 것이다”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서철모 청장의 주장처럼 김경시 전 의원이 의도적으로 녹음을 했더라도 후보자 사퇴 종용과 그에 상응한 직책을 제시하는 발언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김경시 전 의원이 기관장 접견 중 녹음이라는 행위가 도의적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서철모 청장의 발언이 녹취 조작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서철모 청장은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58조 제2호를 위반한 범법행위에 해당돼 사법처리를 받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서철모 청장은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상대방 후보에 대하여 낙선을 위한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발돼 공직선거법 위반 조사를 받다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지 2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마저도 상대방 후보의 재정신청으로 인해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다. 만약 법원에서 상대방 후보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서철모 청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는 雪上加霜(설상가상)의 형국에 직면하게 된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서구체육회장 선거 개입 논란은 모두 서철모 청장의 가벼운 처신에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후보자토론회 과정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발언으로 위기를 자초했으며, 이번 김경시 전 의원의 후보 사퇴 종용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서철모 청장의 주장처럼 “서구체육회장 선거에 김 전 의원이 안 나오기로 결심한 것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접견실에서 만났다“면 감사함을 표시하고, 위로만 해주면 끝났을 일이다. 그러나 녹취를 들어보면, 서철모 청장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제 공은 선관위로 넘어갔다. 김경시 전 의원이 지난 16일 선관위에 서철모 청장의 불출마 종용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9월에도 서철모 청장으로부터 직접 불출마 권유를 받았다는 추가 폭로까지 했으니 선관위와 검·경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누구의 말이 맞는지 是是非非(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원은 정례회 도중 청가를 내고 외국으로 월드컵 응원을 가지 않나, 집행부의 首長(수장)은 체육회장 선거 개입에 휩싸이면서 사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위기에 처하지 않나 대전의 중심지 서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모르겠다. ‘변화와 혁신, 힘찬 서구’를 민선 8기 슬로건으로 내건 서철모 청장은 ‘변화와 혁신‘ 이전에 먼저 自重自愛(자중자애)하는 태도로 구민을 섬기는 자세를 갖추었으면 한다. 카타르 대사의 공식 초청이 있었다고 주장하다 결국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힌 최규 서구의원과 동급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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