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사추세츠주 초대 주지사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177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서명하면서 최초 서명자인 존 핸콕에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 것은 초대 대통령을 역임한 이승만 박사가 8.15 광복 2개월이 지난 1945년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비행장으로 귀국한 후 다음 날 서울중앙방송국의 첫 방송 연설을 통해 발표한 도착 성명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라는 귀국 一聲(일성)을 통해 국민적 유행어가 되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50년 10월 27일 평양 탈환 직후에도 다시 한 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라고 발언하며 전쟁 중 국론 통합을 위한 방편으로 삼기도 했다. 아마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조지워싱턴대 학사·하버드대 석사·프린스턴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의 정치·사상적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8.15 광복 직후 좌우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의 발언을 인용하여 우리 국민의 단결을 촉구하며, 자유민주주의로 하나 되는 바람을 나타낸 것 아닌가 싶다.

이번에 충청권 4개 시·도가 똘똘 뭉치면서 큰일을 해냈다.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집행위원회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으로 구성된 충청권 4개 시·도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치고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를 확정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림픽·FIFA 월드컵과 더불어 스포츠 4대 빅 이벤트로 꼽히는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는 충청권의 쾌거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는 충청권 4개 시·도가 하나 되어 이루어낸 성과로 그 의미도 남다르다.

지난 2021년 9월 충청권 4개 시·도는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의향서를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제출하며, 뒤늦게 본격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1년 남짓 만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지난 3월 9일 20대 대선과 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시·도지사가 모두 바뀌었지만, 정치적 이념을 배제한 충청권 4개 시·도와 충청인들의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에 대한 염원은 지속되었고, 결국 유치 확정이라는 결실을 맺어 충청권의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벌써부터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에 따른 2조 7289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1만 499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충청권 최초로 스포츠 4대 빅 이벤트 중 하나인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충청권 결집은 물론 국민화합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싹트고 있다.

무엇보다도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가 확정되면서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의 당위성과 명분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충청권 4개 시·도는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준비하기 위해 각 지자체 의회에 2023년 예산 동의안을 제출한 상태다.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공동 유치 확정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의 당위성과 명분까지 확보한 만큼 충청권 실정에 걸맞은 초광역협력 상생경제권 구축을 통해 자원 공유 및 중복사업 투자 방지 등으로 충청권 4개 시·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충청권은 지난 2005년 호남고속철도 분기점과 관련하여 충남과 충북이 대립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KTX 세종역 설치와 관련하여 세종과 충북이 갈등 국면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공동 유치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처럼 충청권이 뭉쳐야만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됐다. 벤저민 프랭클린으로 시작하여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언이 따로국밥처럼 놀던 충청권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충청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국민들로부터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충청권은 일치단결해야 한다. 충청권 4개 시·도를 이끌고 있는 시·도지사들을 비롯하여 충청인 모두가 하나로 뭉칠 때만이 충청의 발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발전까지 견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공동 유치 과정을 통해 절실히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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