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忌(금기)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꺼려서 싫어하거나 금하는 것’을 말하고, 正道(정도)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행해야 할 바른 도리’를 뜻한다. 모름지기 건전한 정신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禁忌(금기)와 正道(정도)를 지키며, 단군 할아버지가 이 땅을 세울 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弘益人間(홍익인간)의 정신을 본받아 나라의 국운 융성과 민족의 문화 창달을 기원하며, 우리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자세는 도덕적으로 절대 善(선)을 요구받는 성직자 등 특별한 신분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갖게 되는 마음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와 천주교 대전교구의 신부가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말을 공개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게 과연 절대 善(선)을 요구받는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올린 글이 맞는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소속의 한 신부는 지난주 동남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전용기의 추락을 염원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이 즉각 사목교서를 통해 해당 신부에 대한 사제직 박탈을 공포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까지도 “성직자가 무슨 이런 글을 올리느냐?”며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또한 천주교 대전교구의 한 신부도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전용기의 출입문이 열린 상태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추락하는 그림이 포함된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천주교 대전교구장은 주교 이름의 입장문을 통해 “우선 공적 미사·고해성사 집전 등 성무집행정지를 명령했다”고 발표했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다고 해도 이런 엄청난 사태에 대해 사제직 박탈이 아닌 성무집행정지만을 단행하는 천주교 대전교구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천주교 대전교구는 지난 2021년 6월 교구장으로 있던 유흥식 라자로 주교가 한국인 최초로 로마 교황청 성직자성장관과 대주교 임명에 이어 지난 5월에는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에 임명될 수 있었던 그야말로 우리나라 천주교계의 산실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곳으로서 그 충격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제직을 박탈당한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의 신부나 성무집행정지 명령을 받은 천주교 대전교구의 신부도 성직자이기 이전에 사람인지라 정부와 배치되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일반인도 타인을 저주하는 것을 禁忌(금기)시 하고, 正道(정도)로 여기는 것이 보통인데, 하물며 성직자가 타인을 저주하며 죽음에까지 이르기를 기도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죄악이 아닐 수 없다.

禁忌(금기)와 正道(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은 비단 앞에서 언급한 성직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는 禁忌(금기)와 正道(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수시로 등장하여 국민들을 복장 터지게 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저격한 후 여야의 난타전이 지속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의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의 집을 찾아 해당 아동과 사진을 촬영하고 공개한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빈곤 포르노 촬영 화보’라고 비난했다. 여당이 해당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장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지만, 장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와 Volunteer tourism’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여당의 눈엔 ‘빈곤 포르노’를 야한 표현이라 여기나 봅니다. 플르스와 스투어트(Plews and Stuart, 2006)는 선정적으로 비극과 빈곤을 부각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효과를 거두는 것을 ‘빈곤 포르노(The pornography of poverty)’라고 하였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한 ‘빈곤 포르노 광고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질의도 부적절합니까?”라며 여당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적절했다는 식의 마이웨이 행보를 고집하고 있다. 급기야 여당은 지난 16일 장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장 의원이 간과하는 것은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의 국정감사 당시 지적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난은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장 의원이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를 인용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곤 포르노’에 대한 용어를 정의하며 항변에 나섰지만, 장 의원의 뜻과 무관하게 대다수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는 발언에 대해 상당히 선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윤두현 의원의 지난 국정감사 당시 지적은 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지만, 장 의원의 발언은 여성인 김건희 여사를 특정하여 비난한 것만으로도 선정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의원이 자신의 발언이 적절했다는 식으로 해명에 나서는 것도 모자라 ”절대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태도는 禁忌(금기)와 正道(정도)를 넘어선 것 이상으로 정치인으로서도 올바른 자세가 아닌 것 같다.

장 의원이 국민의힘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에 대해 “제3자들은 얘기 안 하셨으면 좋겠다. 김 여사가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 만약 불쾌감 느끼셨다면 저도 유감표명을 고려할 수는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 장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바라건대, 아직 만 40세도되지 않은 전도유망한 장 의원이 “승자는 실수했을 때 내가 잘못했다고 확실히 말하고, 패자는 적당히 얼버무린다”는 탈무드의 ‘승자와 패자’를 곱씹어보며, 자신의 잘못을 진솔하게 사과하고 정치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청년정치인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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